국제 정치·사회

출산장려 캠페인 벌였다가 역풍맞은 이탈리아

SNS서 "청년실업자 배려없어" 반발

보건부장관 “‘생식의 날’ 캠페인 일부 수정”

이탈리아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도입한 ‘생식의 날’ 캠페인이 단단히 역풍을 맞고 있다.

1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부는 오는 22일을 ‘생식의 날’로 정하고 이번 주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보건부는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에는 나이가 있다’는 문구 옆에 젊은 여성이 모래 시계를 들고 있는 사진을 담은 광고, 침대 위 이불 밖으로 커플의 발이 삐져 나온 사진을 배경으로 ‘젊은 부모, 창의적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 등을 선보였다.

그러자 소셜미디어(SNS)는 이같은 홍보가 성 차별적일 뿐 아니라 난임 부부, 일자리가 없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청년층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들끓었다. 반(反) 마피아 작가로 유명한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정부 캠페인은 임신을 할 수 없는 사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청년층 모두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39.2%로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 스페인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반이민 정책을 펼치는 극우성향의 정당 북부리그(NL) 소속의 정치인 로베르토 칼데롤리는 정부의 캠페인은 청년층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세심함이 결여돼 있다며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그는 “이탈리아인 500만명을 절대 빈곤 상태로 내몬 정부가 ‘생식의 날’ 캠페인에 재원을 쏟아붓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정부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고, 국민이 주머니에 두둑한 돈을 갖고 있으며,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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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친 장관은 이에 대해 “‘생식의 날’은 안전한 성관계부터 난임 치료에 이르기까지 생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캠페인에 문제점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비판이 더 거세지자 일부 광고 캠페인을 수정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이탈리아는 현재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 1.39명으로 EU 최하위로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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