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 시내의 전문 칵테일바 ‘야모리’. 은은한 조명 아래 젊은이들이 저마다 위스키 잔을 들고 일본판 ‘불금’을 즐기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한국과 달리 각자 앞을 보는 테이블이 많아 혼자 온 것인지, 일행과 같이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위스키라고 하면 회식 등을 통해 유흥업소에서 시끌벅적하게 마시는 게 대부분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칵테일처럼 여유롭게 즐기며 음미하고 있었다. 국내 유통시장보다 10여 년을 앞서온 일본인 만큼 한국 위스키 문화의 미래 모습인 듯싶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일본의 이런 위스키 문화가 한국에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해 올 하반기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위스키 대중 문화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조니워커·기네스·스미노프 등 위스키·맥주 등을 세계 180여 개국에 수출하는 영국의 글로벌 주류회사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이다. 한국과 일본 시장을 모두 총괄하는데 아시아에서 위스키 문화가 가장 앞선 일본을 참고해 한국 소비자 저변 확대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는 한국 위스키 시장을 되살리려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를 조성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조길수(53·사진)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위스키가 소주·맥주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저마다 여러 스토리가 있다는 사실을 젊은층에게 하나의 문화로 어필할 수 있다면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끌어들여 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 10월 조니워커 레드 200ml 소용량 제품을 출시해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족 젊은층을 공략하는 등 시대적 변화를 선도해 갈 방침이다.
조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관계망(SNS)에 힘입어 개개인이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는 등 이전 세대와는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며 “아직 밀레니얼 세대들이 ‘우리들만의 술’이라고 생각하는 주류가 없는데 가정이나 바에서 여러 방법으로 위스키를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던 2008년 위스키 시장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산토리 위스키가 그 해부터 술집이 아니라 식당에서도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2014~2015년 일본 위스키 회사 닛카의 위스키 창업주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NHK 드라마 ‘맛상’이 21.1%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면서 고성장세가 시작됐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위스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나타났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성장세는 75%에 달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매출이 38%나 축소됐다. 한국은 위스키 소비량의 80%가 유흥업소에서 발생, 접대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은 50% 이상이 슈퍼마켓 등 소매시장에서 가정용으로 팔리는 게 차별점이다.
한편 조 대표는 28일부터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접대 시장 축소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서도 “위스키를 누구나 가볍게 먹을 수 있게끔 혁신을 추구하면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