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동맹국 안보 지킬 것" "사드 배치 반대" 갈등만 노출한 G2정상

美·中 정상회의

남중국해·인권·통상 마찰 등

안보·경제 현안 팽팽히 대립

하반기 글로벌 질서 험로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3일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인권 문제, 통상 마찰 등 안보·경제 현안 등을 놓고 쌓였던 긴장 해결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첨예한 갈등만 노출했다.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는 중국은 평행선만 달린 채 정면충돌 양상을 빚어 올 하반기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양자 회담이 G20 정상회의 이벤트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혔지만 보호무역과 동북아시아 안보 이슈에 대한 이견만 재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날 저녁 만찬을 곁들여 4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와 인권 문제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주제를 집중거론하며 심도 깊은 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는 안보 이슈보다는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경제 문제로 시선을 돌리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부터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에 이르기까지 세계와 지역 안전을 높이는 데 양국 이해를 공유하는 폭넓은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선공을 날렸다. 하지만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세계 경제의 회복에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은 공동 책임”이라며 우회적인 반격을 가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가 자칫 자국 성토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을 함께 걸고 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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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 주석은 중국 내 인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이슈가 화제로 떠오르자 오히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역공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은 남중국해와 동북아 지역의 동맹국 안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압박하자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 훼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이어 “남중국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확고부동하게 수호할 것”이라며 영토 문제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또 다른 갈등 요소인 보호무역과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에서도 양국은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대미 무역보복 조치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무역·투자 환경 개선을 요구하자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 간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양국 관계에서 많은 성과를 낳았다”고 언급하며 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 위상을 인정해달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다만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 파리 기후협정을 공식 비준하며 기후변화 등 덜 민감한 국제적 현안에 대해서는 공동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외신들은 사실상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자신의 주장만 되새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찬을 곁들인 미중 양자 회담 이후 양국 정상은 항저우의 상징인 시후 호수 산책을 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양국을 옥죈 팽팽한 긴장과 갈등을 풀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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