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의 재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씨는 유사투자자문업 제도를 악용해 장외주식시장에서 사기성 부정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과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민원 제기가 많고 불법 영업행위 혐의가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자를 수십 곳가량 추려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방송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유사투자자문업자 중심으로 표본을 뽑은 뒤 영업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 불법영업 행위와 관련한 증거가 수집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금융당국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1,064곳에 달해 모든 업체를 점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 쪽의 설명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투자자를 1대1로 조언하는 투자자문사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증권 투자와 관련한 투자 정보를 간행물·방송 등으로 제공한다. 투자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청담동 주식 부자 이씨가 대표로 있는 M사도 유사투자자문업자다.
자본금 등 설립요건은 별도로 없으며 금융당국에 대표자·홈페이지·연락처·소재지 등을 신고하면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금감원이 직접 검사에 나서 제재를 내릴 수는 없고 금융분쟁 조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탓에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본인이 미리 사둔 주식을 증권 방송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대표적인 불법영업 행위다. 아울러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씨는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종목의 장외주식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회원들에게 추천한 뒤 고가에 매도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자를 통한 불공정거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지난 2012년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속칭 ‘증권 전문가’ 또는 ‘부티크’ 등이 음성적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본시장법 개정 작업을 보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자 제도를 없애면 금융당국에 신고조차 안 되기 때문에 음성적인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투자자가 주의하는 것이 불공정거래 피해를 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