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운용자산 600조 첫 돌파했는데…'웃픈' 생보사

국공채 등 안전자산 크게 늘려

자산 6개월 사이에 30조 급증

운용수익률 4%대 회복했지만

금리 추가 인하땐 하락 불가피

2000년대 초반 고금리 상품

역마진 부담 '부메랑'으로

IFRS4 2단계 도입도 큰 걱정





생명보험사 운용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지만 보험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은 모습이다. 계속되는 저금리와 장기화된 저성장 국면에서 넘쳐나는 돈을 굴리기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커진 자산 규모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은 지난 6월 603조2,159억원으로 사상 첫 600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573조4,503억원과 비교해 반년 사이에 3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성장세도 가파르다.


운용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국공채·회사채·주식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이 465조245억원을 기록해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약관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대출채권 규모가 110조4,011억원에 달했으며 부동산(14조8,097억원), 현금 및 예치금(12조9,804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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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60.3%에서 올 상반기 61.1%로 높아지는 등 보험사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공채 규모를 올 상반기에만 12조원 이상 늘린 반면 최근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적신호가 켜진 회사채 규모는 1조원 이상 줄였다. 또 대형주 위주의 상승장에 투자하는 주식 투자액 또한 지난해 말 대비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대출채권 항목 중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항목이 반년 사이에 각각 1조원 이상 늘었다. 해외 자산 투자에도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회사 외화증권 투자 규모가 올 상반기에만 136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실제 미국 30년물 장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2.21%로 한국 국채금리(1.52%)보다 높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같이 비대해진 자산 규모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이 지난 6월 다시금 4%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3%대로 다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에 판매한 저축성 상품들은 10%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해야 해 역마진에 따른 부담도 상당하다. 몇몇 생보사들이 예정이율을 떨어트리려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 개념으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장기 상품인데다 자산운용 원칙 순위가 이른바 ‘안수유공(안전성·수익성·유동성·공공성)’ 순이기 때문에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를 마구 늘리기 곤란하다”며 “보험사들이 최근 대출채권을 늘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참여하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주 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운용모델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IFRS4 2단계 도입은 보험사들에 드리워진 그늘을 더욱 짙게 한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ALM(자산·부채종합관리)에 기반해 자산운용 전략을 수립하지만 IFRS4 2단계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운용의 큰 틀을 잡기 힘들다. IFRS4 2단계는 이르면 오는 2020년 도입될 예정이지만 대부분 보험사들은 올 들어서야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전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생보사들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이전에 판 고금리 상품들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며 “무엇보다 일부 보험사들이 여전히 자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금리로 고객 수를 늘리는 이른바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도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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