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CEO&스토리]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 투자 전문가서 저축銀 대표로..."도전정신이 지금의 나 있게했죠"

Change와 Chance는 알파벳 하나 차이

'변화 두려워말고 기회 삼자' 되새겨

'확실하게 아는 것만 투자' 원칙론에

3년간 400여건 투자...부실 하나 없어

중금리 모바일대출 '사이다' 성공은

저축은행 신뢰의 선순환이 낳은 결과



“저축은행에서 일해보지 않겠습니까?”

말 그대로 ‘난데없는’ 제의였다. 20년 넘게 한국·미국·홍콩·두바이·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켜보며 살았지만 저축은행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키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의 제안은 진지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키타오 회장은 SBI저축은행으로 탈바꿈시킨 후 제대로 한 번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키타오 회장의 진의가 느껴졌기에 숙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간 살아온 삶을 한 번 되돌아봤다. 돌이켜보니 늘 새로운 기회와 도전, 변화의 연속이었다. 고민 끝에 ‘오케이’로 화답하고 2013년 3월 SBI저축은행으로 첫 출근을 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책상에 앉아 회사 경영 상태를 들여다보는데 말도 안 되는 숫자들이 계속 보이는 겁니다. 안정성이나 수익성 모두 말입니다. 부실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기분이었습니다.”

임진구(51·사진) SBI저축은행 대표는 아직도 출근 첫날 느꼈던 기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임 대표가 SBI저축은행을 향해 처음 집을 나서던 날 아침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 아이가 “아빠, 거기 나쁜데 아니지”라고 물었을 정도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여진이 사회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또 국내 저축은행업계에서 가장 큰 곳이라고는 하지만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그가 은행 내에서 맡은 투자은행(IB) 업무는 동종업계에서는 그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분야였다.

임 대표는 “그래서 더 절실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저축은행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도 이겨내야 했고 또 개인적으로 처음 발을 디딘 분야였기에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잘해내고 싶었습니다.”

임 대표는 LG그룹 벤처투자 분야에서 근무 후 사모펀드 대표를 거친 투자 전문가다. 오랫동안 투자 전문가로 살아온 그였기에 낯선 분야이기는 했지만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과 다른 배경으로 출발했기에 IB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저축은행 분야에서 인수합병 투자자 참여, 기업공개(IPO), 사모펀드 등 다양한 투자로 그동안의 부실을 메우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오늘날 SBI저축은행이 업계 자산 1위, 제 2금융권의 ‘꿈의 직장’ 입지를 다지는 데 임 대표의 역할을 상당했다.

“저축은행에 처음 왔을 때 묘한 도전 의식 같은 게 생겼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당시 은사에게 받은 가르침의 말씀 중 하나가 ‘변화(change)라는 단어에서 g를 c로 알파벳 하나만 바꾸면 기회(chance)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화가 생길 때마다 그 가르침을 되새김질하면 어려운 상황을 되레 즐기게 됩니다.”


사실 도전의식은 임 대표 내면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중·고교 시절 남들이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변호사를 적어 낼 때 임 대표는 회사 대표를 꿈꿨다. 의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고등학교 때 임 대표는 이과를 선택했고 연세대 수학과를 잠시 다니기도 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이걸로는 돈 못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임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이언트대·뉴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줄곧 금융 분야에 몸담았고 홍콩 사모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에서 첫 대표직을 맡으며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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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를 돌며 일했고 사이클링, 기타 연주를 취미로 즐기는 등 기본적으로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투자를 할 때만큼은 신중하다. SBI저축은행으로 처음 왔을 때에도 ‘글로벌 맨이니까 통 크게 이곳저곳 투자하겠지’라는 주변의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는 평생 지켜온 투자의 원칙을 지켰다. 그의 경계 대상 1호는 ‘자존심 때문에 하는 투자’다. 임 대표는 “사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하루 종일 전화가 온다”며 “그 전화의 대부분이 투자 청탁인데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청탁에 의한 무분별한 투자였던 만큼 그런 투자는 절대 불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론 덕분에 그가 지난 3년 반 동안 실행한 400여건의 투자 중 부실이 발생한 투자 건은 단 하나도 없다.

그는 이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라기보다는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대적 흐름은 놓치지 않는다. 저축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서 주목을 받은 중금리 모바일 대출 ‘사이다’가 대표적이다. 6.9~13.5% 금리의 중금리 모바일 대출 ‘사이다’는 올 초 출시 이래 벌써 누적금액 1,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SBI저축은행의 성공적 변화에 모 회사의 신뢰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대표를 비롯해 한국인 임직원들의 판단에 대해 모 회사가 전적으로 믿어주며 신뢰의 선순환이 더 나은 결과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4조5,000억원이다. 국내 저축은행 전체 총자산의 10%, 당연히 업계 1위다. 주변의 기대감도 크고 더 큰 도약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을 법하지만 임 대표는 ‘무모한 도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상기류가 느껴지는 만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임 대표는 “덩치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 초 사장으로 승진한 임 대표는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큰 덕목으로 ‘건강’을 꼽았다. 20년째 75㎏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30년째 사이클링으로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다. 지난 휴가에는 3일 내내 자전거를 탔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한 적도 있을 만큼 사이클링 마니아다. 이뿐 아니라 평소에도 많이 걷기 위해 늘 노력한다.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동대문까지 빠르게 걸으면 20분이 걸리는데 그는 20분을 걸어 동대문 맛집을 갔다가 10분간 식사를 하고 또다시 25분 동안 걸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스트레스 해소 겸 취미로는 기타를 친다. 그가 함께하는 ‘진구 밴드’도 사내에 있다. 매년 회사 창립기념일이면 축하 기념 연주를 한다. 돌아오는 11월1일 SBI저축은행 창립기념일에도 진구 밴드가 출격할 예정이다. 그래서 사무실 한구석에는 연습용 기타가 놓여 있다. 그는 “직원들을 믿어주고 소통을 할 줄 아는 CEO가 되고 싶다”며 “또한 체력적으로 건강한 대표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이호재기자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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