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불운한 시대의 천재...이중섭의 삶, 사랑 담은 연극 '길떠나는가족'

탄생 100주년 기념 9월 10~25일 서울공연

간소화한 무대 위에 다양한 오브제 활용

방황했던 불운한 예술가의 삶 담아내

그림서 튀어나온 듯한 장면 연출 인상적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길 떠나는 가족’ 그림 엽서. 그림과 편지 내용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사진=연희단거리패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길 떠나는 가족’ 그림 엽서. 그림과 편지 내용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사진=연희단거리패


따뜻하고 정겨운 그림이다. 소를 모는 사내와 달구지에 탄 여인, 그리고 두 아이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달구지에 만개한 꽃과 그 위의 구름마저 흥겹게 춤을 추는 것 같다. ‘어디를 가기에 저리도 즐거워 보일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림을 그린 작가는 편지를 썼다. “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앞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그림을 그렸단다.” 예술적 고뇌와 시대의 아픔에서 방황했던 불운한 예술가 이중섭(1916~1956). 그의 대표작 유화 ‘길 떠나는 가족’(1954)에는 가난 탓에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가 꿈꿨던 자유와 행복의 세계가 담겨 있다. 천재 화가 이중섭의 인생과 예술세계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연출 이윤택)이 이중섭 탄생 100주년과 연희단거리패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간소한 무대 위에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이중섭의 그림을 표현해낸다./사진=연희단거리패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간소한 무대 위에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이중섭의 그림을 표현해낸다./사진=연희단거리패


“연극쟁이 이윤택이 이중섭 선생님께 고합니다. 아,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60년전 서울 적십자 병원서 선생이 세상 뜨신 날입니다. 바로 그 날인 오늘 선생의 삶과 예술 그린 연극을 올립니다. (중략) 이중섭 탄생 100주년 당신을 기억합니다. 평소 즐기시던 술 드시고 여기 극장 어디라도 좋으니 당신의 영혼이 편안하게 깃드시길 바랍니다.”


6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길 떠나는 가족’의 시연회는 여느 공연 간담회와 사뭇 달랐다. 이날로부터 딱 60년 전인 1956년 9월 6일. 병원에서 눈 감은 이중섭을 기리며 배우와 연출진은 공연 전 그의 혼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연극이 개막하는 9월 10일은 이중섭의 화장일.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사망소식을 전할 길이 없어 죽은 지 나흘이 지난 후에야 출상한 바로 그 날이다. 예술이 예술답게 존재하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세속적인 세상. 이윤택 연출은 “60년 그 시절만큼 지금 이곳도 여전히 살기 힘들다”며 “오늘 선생을 기억하면서 이 세상을 견뎌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연의 성패는 관객에게 진심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평면적인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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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초연한 이 작품은 식민 치하 일본 여인과의 결혼, 1·4 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의 죽음 등 예술가를 억압하는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치열한 예술혼으로 맞선 이중섭의 고단한 삶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특히 회화적인 오브제와 서도민요·흥겨운 트로트 풍의 노래 등을 활용해 낭만적인 분위기와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의 공연 장면/사진=연희단거리패연극 ‘길 떠나는 가족’의 공연 장면/사진=연희단거리패


무대 세트는 단순·간소하다. 대신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소, 아이들, 물고기, 새 등 이영란 디자이너의 오브제들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함께 이중섭의 그림이 되어 그의 예술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윤정섭이 불멸의 영혼 이중섭을 연기하고, 김소희·오동식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다. 9월 10~25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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