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연기금, 美 부동산서 발 뺀다] 캘퍼스(美 최대 연기금)도 환매 가세...국내기관 '부동산 상투' 우려

美 금리인상 가능성 커지자

부동산시장 변화 조짐에도

미래에셋 등 잇단 공격 투자

"환매 몰릴땐 위기" 경고등



“총 설정액이 200조원에 달하는 미국 개방형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도 환매가 주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 밝은 국내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저금리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저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등 현지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발을 빼고 있다”며 “국내 투자가들이 미국 부동산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갖고 나섰다가는 상투를 잡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기고 있다. 행정공제회가 최근 자금 회수를 결정한 개방형 부동산 펀드가 단적인 예다. 개방형 부동산 펀드는 주로 미국 전역의 핵심 상업건물을 매입한 후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정부 등 안정적인 임차인과 장기간 계약을 맺는 전략을 써왔다. 이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으로 이어져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체투자 상품으로 통했다. 하지만 장기간 임차료가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금리 인상기에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에 환매가 집중되면서 시장이 큰 혼란을 빚은 것처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펀드 환매가 일시에 몰릴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채권투자사 핌코(PIMCO)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해외 자금흐름의 불확실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미국 상업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5%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매매는 3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 연구원은 “지금까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구조적 요인보다는 저금리라는 시장 환경에 의해 이끌려온 측면이 강하다”며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런 우려와 반대로 국내 금융투자회사를 비롯한 기관들은 올 들어 미국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식과 채권투자만으로는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지 못하자 대체투자로 눈을 돌린 결과다.

국내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월 사모투자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하와이 와이키키의 ‘하얏트 리젠시호텔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앞서 하와이 빅아일랜드 소재 ‘페어몬트 오키드’에 이어 두 번째 하와이 호텔 투자다.

키움자산운용은 국내 주요 기관과 손잡고 미국 텍사주 댈러스 중심부의 KPMG플라자 빌딩을 2,500억원에 인수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같은 지역의 스테이트팜 오피스빌딩 4개 동을 9,500억원에 사들였다.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과 함께 뉴저지주 프린스턴의 다국적 제약사 사옥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앞두고 현지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경쟁하듯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이는 모습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금리 인상의 충격에 충분히 대비가 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