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중 정상회담, "사드이슈 잘못 다루면 논쟁 격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5일(현지시간)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체계(사드·THAAD) 배치에 대한 한중 양국 간 인식차를 확인한 채 회담을 마쳤다.

이날 오전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3년 정도 활동했다”고 언급하며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의 아들인 김신 장군께서 1996년 항저우 인근 저장성 하이옌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飮水思源 韓中友誼)’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건강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는 만큼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양국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자”고 전했다.


46분 동안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한·중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고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이 북핵 저지를 위해 마지막 기회라는 관점에서 일관된 대북 메시지 발신을 위해 양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드는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배치되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강조하고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관영언론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사드 이슈를 잘못 다루면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안정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쟁도 격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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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은 또 시 주석이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며 각 당사국이 전면적이고 균형있는 대화를 통해 지엽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함께 다스리고(標本兼治)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언급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안보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구동존이(求同存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중간 구동존이(求同存異)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和易)를 지향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사용한 구동존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다’는 의미로 중국 측이 통상적으로 체제와 가치관이 다른 서방국가와 관계 개선을 추진할 때 사용돼 온 표현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구동화이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뜻. 이는 한국과 중국이 북핵 공조, 경제협력 등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 8번째 회담이자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에 이은 올해 두 번째 회담으로서 양국 정상 차원에서 한·중 관계 상호 중시와 관계 발전 지속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날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의전에서 공개적으로 미국을 홀대하는 등 사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장상회담에서도 한반도 사드 배치를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앞으로 사드 배치와 북핵에 대해 ‘투 트랙’으로 접근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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