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맥주시장 ‘잇아이템’ 떠오른 ‘호가든 로제’

젊은 여성 소비층 입맛 제대로 저격하다



최근 국내 주류시장의 트렌드는 바로 ‘저(低)도수’, ‘과일’, ‘탄산’이다. 주류업체들은 젊은 소비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앞다퉈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의 절대 강자인 오비맥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비맥주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수입 맥주 ‘호가든 로제’를 선보이며 주류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트렌디한 맛으로 맥주 시장을 제대로 저격한 오비맥주의 시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국내 스낵시장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제품이 있다. 바로 ‘허니버터칩’이다. 허니버터칩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맛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발생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이었다. 제조사의 별다른 마케팅 없이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허니버터칩은 스낵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맥주 시장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SNS를 뜨겁게 달군 또 하나의 제품이 등장했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8월 선보인 과일 맥주 ‘호가든 로제(Hoegaarden Rosee)’가 주인공이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시즌을 맞아 오비맥주는 호가든을 포함한 수입맥주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말 호가든 브랜드 홍보 및 체험을 위해 개최한 ‘호가든 서머 가든’ 행사에서 남녀 모델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맥주 성수기인 여름시즌을 맞아 오비맥주는 호가든을 포함한 수입맥주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말 호가든 브랜드 홍보 및 체험을 위해 개최한 ‘호가든 서머 가든’ 행사에서 남녀 모델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호가든 브랜드 도입 적중한 오비맥주
지난해 8월 오비맥주는 점점 다양해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가든 패밀리 브랜드 3종을 동시 출시했다. 당시 선보인 제품은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호가든 그랑 크루(Hoegaarden Grand Cru)’, ‘호가든 포비든 프룻(Hoegaarden Forbidden Fruits)’, ‘호가든 로제(Hoegaarden Rosee)’였다.

우선 ‘호가든 그랑 크루’는 ‘최고 등급(Grand Cru)’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8.5%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자랑하며 600년 전통을 지닌 호가든만의 특별한 양조공법으로 제조된 맥주다. 밀 맥주의 상징인 호가든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밀맥아 대신 보리맥아를 사용했으며 반투명의 오렌지 빛깔과 산뜻한 과일 향, 특유의 섬세한 단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기존의 맥주와 차별화된 맛을 선사한다. ‘호가든 포비든 프룻’은 호가든 특유의 독특한 향과 산미(酸味)가 일품인 맥주다. 금단의 열매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혹적인 루비 색상을 띠며 부드러운 단맛에 비해 8.5%의 강한 도수가 특징이다. 특히 17세기에 활동한 벨기에 화가 루벤스의 작품 ‘아담과 이브’에 맥주잔을 절묘하게 덧입힌 위트 넘치는 라벨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호가든 패밀리 3종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제품은 ‘호가든 로제’였다. 이 맥주는 심지어 맥주 업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뿐 아니라 주류업계에서도 호가든 로제의 인기 열풍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호가든 맥주는 특유의 목 넘김과 차별화된 맛으로 수입 맥주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링 제품으로 손꼽힌다.호가든 맥주는 특유의 목 넘김과 차별화된 맛으로 수입 맥주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링 제품으로 손꼽힌다.


‘주류업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
“오늘 저희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호가든 로제를 샀어요. 구매를 원하시는 분 있으시면 쪽지 주세요. 장소를 알려드릴게요.”

호가든 로제는 주류시장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고 있다. 저도수 과일 맥주를 표방한 호가든 로제는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직후부터 호가든 로제 750ml 병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애타는 호소가 SNS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SNS상에서는 호가든 로제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인증샷 릴레이가 펼쳐지는 진기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출시 직후부터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재빨리 수입량을 4배 가까이 늘렸지만, 물량 부족 현상은 계속됐다”며 “소비자들의 원활한 구매를 위해 이번 여름 시즌에는 수입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호가든 로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첫 번째 이유는 ‘희소성’이다. 호가든 로제는 벨기에 맥주 브랜드 호가든이 만든 저도수 탄산 맥주다. 그동안 벨기에를 비롯한 베네룩스 3국에서만 판매돼 왔다. 여행 도중 호가든 로제를 맛본 국내 여행객들의 찬사가 이어졌지만, 국내에서는 정식 유통되지 않았던 탓에 직접 현지에서 구매해오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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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바로 호가든 로제가 담고 있는 특유의 맛과 색감이다. 호가든 로제는 호가든 고유의 밀맥주 맛에 라즈베리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핑크빛 과일 맥주다. 유리잔 대신 과일잼 용기에 맥주를 담아 마셨다는 벨기에 전통설화에 착안해 탄생한 3%의 낮은 알코올 도수와 달콤하고 풍부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이 같은 호가든 로제의 맛과 색감은 주류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한때 국내 소주 시장에서 사과, 자몽, 유자 등 과일을 원료로 한 소주가 인기를 끈 것도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호가든 로제는 최근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홈파티’ 시장 공략에 적합한 제품이다. 식지 않는 ‘쿡방’ 열풍과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집에서 홈파티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호가든 로제의 용량인 750ml는 집에서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즐기는 홈파티에 적합한 용량이다. 최근 오비맥주는 홈파티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MixxTail)’ 2종을 선보이며 호가든 로제와 함께 홈파티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름 성수기를 앞둔 지난 5월에는 ‘호가든 로제’의 250ml 병 제품을 출시했다. 오비맥주는 다양한 용량으로 맥주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출시된 750ml 대용량에 이어 작은 사이즈인 250ml 병 제품의 국내 출시를 결정했다. 250ml 병 제품은 한 손에 잡히는 앙증맞은 크기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으로 호가든 로제의 인기몰이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오비맥주는 지난 8월 소비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호가든 로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호가든 로제’ 생맥주를 선보였다. 호가든 로제 특유의 진한 라즈베리 풍미를 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즐길 수 있는 호가든 로제 생맥주는 이미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인 서울의 강남역, 가로수길, 이태원 등지에서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비맥주는 오는 연말까지 전국의 프리미엄 펍으로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호가든 브랜드 관계자는 “달콤한 맛과 예쁜 패키지 디자인으로 맛과 멋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 소비층에게 호가든 로제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며 “600년 전통의 벨기에 대표 밀맥주 호가든이 만든 다양한 맛의 맥주로 수입 맥주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 시장에서 함박웃음 짓는 오비맥주
호가든 로제의 성과에 오비맥주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던 상황에서 호가든 로제를 포함한 수입 맥주 판매 증가로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매출 1조4,90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주세(酒稅)인 1조1,908억 원을 포함한 총매출도 2조6,81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 줄었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반면 오비맥주의 해외 생산 제품 총매출은 2014년 553억 원에서 2015년 801억 원으로 1년 만에 무려 44.2%나 증가했다. 이는 오비맥주가 전략적으로 모기업인 AB인베브의 해외 계열사에서 생산한 맥주, 와인 등의 수입량을 늘린 결과다.

이 같은 전략은 현재 국내 맥주시장의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는 전체 맥주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대형마트 기준). 이미 오비맥주는 지난해 호가든 로제뿐 아니라 하얼빈, 프란치스카너, 모젤, 바스 등 10여종의 브랜드를 새롭게 수입했다. 기존에 판매하던 수입 맥주와 합하면 현재 오비맥주가 취급하는 수입 맥주 종류는 20여종이 넘는다.

오비맥주는 호가든 로제를 필두로 새로운 소비층 공략과 함께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나서겠다는 각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 맥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맥주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AB인베브가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의 도입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호가든 로제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함께 다양한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며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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