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중지 여파로 쪼그라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주가 무섭다. 신형 E클래스를 앞세운 벤츠는 지난달 베스트셀링 모델 1~3위를 휩쓸었다. 이대로라면 법인 설립 이래 최초로 BMW를 제치고 연간 판매왕 자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수입차협회는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감소한 1만5,932대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누적 수입차 판매량도 14만8,411대로 전년 동기보다 6.5% 줄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후진한 이유는 인증서류 조작으로 인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탓이 크다. 실제 지난달 아우디 476대, 폭스바겐은 76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 각각 3,401대, 3,145대씩을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나타난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8월 수입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의 신차효과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했으나 일부 모델의 판매중단으로 전년동월 대비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주춤한 사이 벤츠가 7년 만에 완전변경된 고급 세단 E클래스를 앞세워 질주하고 있다. 침체된 수입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폭스바겐 사태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달 베스트셀링 모델은 벤츠 E300이 차지했다. 2·3위 역시 E220d·C220d가 차지해 1~3위를 벤츠가 독식했다
특히 10세대 모델인 ‘더 뉴 E클래스’는 5월 사전예약 일주일 만에 4,000대가 판매되며 대박 조짐을 보였다. 벤츠코리아는 출시 당시 E클래스를 올해 말까지 1만8,000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올 1~8월 사이 E클래스는 약 1만대가량 판매됐다. 환경부 인증절차가 늦어지면서 디젤 모델 출시가 예상보다 미뤄졌지만 남은 4개월간 판매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코리아 내부에서는 이미 올해 수입차 시장 1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매년 벤츠와 BMW는 수입차 시장 1위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벤츠가 왕좌를 차지한 적은 법인 설립 이래 한 번도 없다. 지난해에도 BMW가 4만7,877대를 판매해 벤츠(4만6,994대)를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반면 BMW는 2009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벤츠 입장에서는 BMW가 이렇다 할 신차가 없는 올해 1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미 8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벤츠(3만3,507대)는 BMW(2만8,839대)를 크게 앞서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13년 만에 새 역사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수입차 시장 위축에도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63.8%로 지난해 같은 달(66.6%)과 비교해 2.8%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점유율이 33.8%로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내수점유율은 2006년 7월(62.7%) 이후 월간 기준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현대차 월간 내수점유율은 공식 집계 이후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