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떠돌던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굴지의 정보기술(IT) 회사 대표가 만일 자동차 기업들이 IT 분야에서만큼의 혁신을 이뤘다면 지금쯤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아주 적은 연료만으로 도로를 누비고 있을 것이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자동차 회사 대표도 지지 않고 이렇게 응수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하루에 몇 차례씩 앞유리에 오류 메시지가 뜨면서 자동차가 멈춰 섰겠지.”
모든 혁신은 IT 분야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시대를 지나 사물인터넷(IoT)으로 상징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머신러닝·증강현실 등 신기한 기술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화상통화·홀로그램 등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 기술들도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에 비해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느껴진다. 전기차 얘기가 나온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주변에서 보이는 자동차 대부분은 아직도 화석연료 기반이다. 크루즈컨트롤이나 레이더 기술에 기반한 안전기능 등 일부 운전자를 돕는 기능들이 곁들여졌지만 여전히 운전은 사람의 몫이다. 스스로 도로를 누비는 자동차는 아직 영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자동차 업계가 현실에 안주해서일까 아니면 인재가 부족해서일까. 필자는 신뢰와 완성도에 대한 기준 차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에는 사람이 탄다.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재화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빈틈없는 완성도를 만족해야만 한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물론 아주 작은 요소들까지도 대충 넘길 수 없다. 자동차 속의 작은 버튼 하나, 계기판 위의 글자 위치 하나까지도 심사숙고 끝에 정해진다. 유려하면서도 직관적이어야 함은 물론 운전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조작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편리하고 획기적이어도 단 1%라도 신뢰할 수 없다면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이런 탓에 첨단 기술의 적용에 있어 자동차 회사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를테면 자율주행차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센서와 자동 조향, 제동 등 기반 기술은 대부분 확립된 상태이고 시험장에서의 주행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주변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물리적 인프라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이런 자동차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포드자동차는 오는 2021년까지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레벨4 단계의 진정한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남들보다 먼저’가 아닌 ‘남들보다 완벽하게’를 중시해온 포드의 기업문화를 익히 아는 필자에게도 매우 놀라운 발표였다. 이전까지의 IT 회사들의 테스트 결과 발표나 장밋빛 청사진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큰 기대를 하게 된다. 구글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다섯 번의 대국에서 네 번 이겼다. 그러나 우리가 머지않아 만나게 될 자율주행 자동차는 쉰 번의 주행에서도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놀라우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