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갑(사진) 올윈 대표는 1세대 쇼호스트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TV홈쇼핑이 방영을 시작할 당시 39쇼핑(현 CJ오쇼핑)에서 활동했다. 당시 사람들은 누가 물건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TV로 물건을 사겠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제로 1시간 방송하면 물건이 5개 정도만 팔릴 때도 많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그는 TV홈쇼핑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나중에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쇼호스트 일을 했다. 그는 기획력이 좋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쇼호스트 가운데 처음으로 마네킹에 입히던 옷을 자신이 입었고 삼성폰과 LG폰의 대결을 붙여 매진을 시켰다. 그런데 이 대표는 물건이 잘 팔릴 때마다 가격 결정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진을 시켜도 공급자와 소비자, 이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중에 누구 하나는 반드시 손해를 봤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싸게 사면 공급자들이 손해를 봤고 물건이 비싸면 물건이 팔리지 않아 모두 손해를 봤다.
이 대표는 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올윈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공급자와 소비자, 플랫폼 사업자 등 시장 주체 모두가 만족하는 가격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 10년 넘게 준비했다”며 “소셜커머스와 경매를 결합한 방식의 공동 낙찰 플랫폼으로 모두가 이기는, 즉 올 윈(All Win) 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방식은 이렇다. 인기가 많은 공연의 티켓 가격은 보통 공연 기획자들이 결정을 하게 된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자리가 꽉 차야 가장 큰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빈 자리가 생기고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기획자들이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알 수 없어 가격 책정은 항상 어렵다.
올윈의 방식은 이렇다. 300좌석이 있는 공연이면 기획자는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을 설정해 두고 소비자들에게 얼마의 가격이 적당한지 경매방식으로 묻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입찰하면 최고 가격을 부른 사람부터 300명이 공연 티켓을 낙찰 받을 수 있다. 이들이 낙찰 받는 가격은 300번째 사람이 입찰한 가격이다. 기획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알 수 있어 최적의 가격과 최적의 수량을 결정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모두 300번째 가격으로 낙찰을 받게 돼 소비자들이 생각할 때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와 이익을 공유한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53개국에서 지적 재산권을 인정받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5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공급자들이 마진을 절반으로 줄이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두 배의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두 배로 들게 돼 적절한 가격을 찾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공연티켓과 성수기 호텔 숙박권, 한정판 제품 등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품의 경우 올윈의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하면 모든 사람이 만족할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격 결정 정보들이 모이면 올윈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적의 가격이 데이터로 쌓이면 이를 통한 가격 결정 컨설팅이 가능해진다. 올윈의 모델은 가격을 쉽게 메길 수 없는 상품들에 적용하기 좋아 암표 시장으로 티켓이 흘러가 불합리하게 수익이 재분배되는 문제로 고민하는 기획자들과 제품 생산, 판매에 마케팅 홍보 채널이 필요한 소상공인, 아티스트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윈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테스트하고 있고 조만간 본격적으로 상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구글도 알고 보면 온라인 광고 단가를 시장에서 결정하는 구조를 통해 글로벌 회사가 됐고 이베이도 마찬가지”라며 “글로벌 특허 53개를 받은 올윈의 가격 결정 모델로 내년 초까지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로 뻗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