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 소비시장 아이콘 '왕홍'을 아십니까

중국 인터넷 스타 '왕홍' 활용해 'K-스타일' 시장 공략하라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한 방송 제작자를 넘어 패션, 음식, 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일반인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이웃 나라 중국에는 이미 엄청난 숫자의 ‘일반인 스타’, 왕홍(??)이 있다. 특히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이들이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국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K-스타일’의 전도사로 활동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내 한류 열풍은 이제 단순히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음식, 놀이 등 한국의 특색을 반영한 것들에 반응하고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 중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른바 ‘K-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뷰티 상품뿐 아니라 한국 젊은 층이 즐기는 메이크업, 옷 코디 등도 모두 ‘K-스타일’의 일종이다.


이 같은 ‘K-스타일’을 중국에 알린 이들은 역시 한류 스타다. 중국 대표 온라인쇼핑몰 ‘모구지에’를 운영하는 메이리연합그룹에 따르면 모구지에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스타 선호도 순위’ 톱 12 중 한국인은 무려 4명(배우 윤은혜, 배우 박신혜, 배우 겸 가수 빅토리아, 배우 겸 가수 윤아)이었다.

물론 이들 네 명이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천치(?琪) 메이리연합그룹 대표는 말한다. “한국 스타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화면에 비치는 그들의 옷과 액세서리, 그리고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입니다. 중국 소비자들, 특히 젊은 여성 소비층은 한국 스타들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합니다. 경제 수준이 향상되고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스타들이 걸친 옷이라면 설사 가격이 비싸더라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죠. 문제는 스타들이 착용한 상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었습니다. 또 최신 K-스타일 트렌드를 재빨리 알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죠. 이때 이를 해결해준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일반인 인터넷 스타로 불리는 ‘왕홍’이었죠.”

천치 대표의 말처럼 최근 중국에서는 왕홍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왕홍을 중심으로 한 소비활동이 급증하면서 ‘왕홍경제’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그렇다면 왕홍경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왕홍경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왕홍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와 변화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무려 38조 위안(한화 약 685조 원)이다. 지난 2011년의 시장 규모가 약 8조 위안이었음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성장세다. 중국에서는 올해 이 시장 규모가 약 50조 위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참고로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 예상 규모는 약 65조 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왕홍들이 창출해내는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무려 1,000억 위안, 한화로 계산하면 약 18조 원이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전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2.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왕홍시장 규모를 중국 내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큰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천치 대표는 말한다. “왕홍시장 규모를 설명할 때 저희가 자주 언급하는 예시가 있습니다. 왕홍이 창출하는 연 매출은 현재 중국 내 최대 우유 제조업체인 ‘몽골리아 일리’의 연 매출보다 많습니다. 또 지난해 중국 전체 영화산업 매출보다도 많죠. 글로벌 기업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이자 아시아와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아시죠? 중국도 유니클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데, 지난해 유니클로가 중화권 전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약 3조 원입니다. 왕홍시장 매출의 6분의 1에 불과하죠.”

현재 왕홍시장은 중국 내에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왕홍시장 중심에 서 있는 인터넷 스타 ‘왕홍’은 과연 누구일까?






수백만 명의 팬 보유한 ‘왕홍’의 힘
왕홍은 인터넷 스타를 일컫는 중국어 ‘왕루어홍런(???人)’의 줄임말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통상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50만 명 이상의 팔로워(왕홍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이용자를 일컫는 말)나 팬을 보유한 이들을 ‘왕홍’이라고 부른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방송의 BJ나 크리에이터, 유명 파워블로거와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왕홍경제는 단시간에 구축된 것이 아니다. 왕홍경제가 하나의 완벽한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중국 최초의 왕홍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은 작가 안니바오베이(安?寶貝)다. 과거 은행, 광고회사, 출판사에서 근무해오던 안니바오베이는 1998년부터 자신이 쓴 소설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그녀가 쓴 작품은 모두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베트남, 홍콩 등 아시아 지역 국가뿐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도 출간되며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기에 이른다.


본격적으로 왕홍이 등장한 시점은 지난 2004년이다. 중국인 여성 푸룽제제(芙蓉姐姐)는 미녀와는 다소 거리가 먼 몸매와 얼굴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녀는 ‘나는 중국 최고의 미녀다’, ‘너무 섹시하기에 불행하다’, ‘나의 몸무게는 45kg이며 가슴은 일반인들보다 2배는 크다’ 등의 망언 아닌 망언을 인터넷에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다이어트 동영상을 중국 내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고, 팔로워만 1,100만여 명을 보유한 인터넷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시 왕홍을 바라보는 중국 내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엽기적이거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관심을 유도하는 왕홍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적십자회 간부를 사칭해 사치스러운 소비를 과시하며 관심을 모았던 중국 여성 왕홍 궈메이메이(郭美美, 팔로워 수 950만 명)는 지난해 초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팔로워 1,070만 여명을 보유한 중국 유명 재벌 2세 왕쓰총(王思聰)은 ‘개에게 고가의 스마트워치 사주기’, ‘웨이터에게 팁 많이 주기’ 등 엽기적인 내용을 올리며 세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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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주 이용자층인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콘텐츠로 무장한 왕홍들은 확고하게 그들만의 시장을 구축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패션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운영해온 왕홍들이 주축이 된 메이리연합그룹의 쇼핑 공유 커뮤니티 ‘모구지에(??街)’가 탄생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양빙(??) 메이리연합그룹 부대표는 말한다. “모구지에는 콘텐츠와 커뮤니티,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결합으로 탄생한 서비스입니다. 주로 18~23세의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패션, 뷰티, 리빙 등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 소비시장을 노렸죠. 모구지에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서비스 개시 6개월 만에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모구지에의 중심에는 왕홍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없이는 서비스 자체가 운영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모구지에에 커뮤니티를 개설한 왕홍들은 자신들이 즐겨 입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 노하우를 이용자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메이리연합그룹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왕홍들이 소개한 패션, 뷰티 아이템을 직접 판매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왕홍경제 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판매 플랫폼 ‘유니(Uni)’다. 현재 유니에는 패션 블로거, 모델, 쇼핑몰 CEO,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5만 명 이상의 왕홍이 활동 중이다. 그들은 모두 다양한 패션 매체, 브랜드 업체 등과 제휴해 콘텐츠를 선보이고 제품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휴 업체 중에는 카시오, 화웨이, 나이키, 로레알, 베라 왕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천치 대표는 말한다. “왕홍은 이미 중국에서 하나의 확실한 직업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왕홍들의 월 평균 수입은 2만1,000위안(한화 약 370만 원) 정도인데 중국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의 월 평균 수입(약 15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죠. 하지만 수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진 영향력이에요. 한국 기업들이 왕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국 왕홍, 특히 패션·뷰티 콘텐츠를 선보이는 왕홍들은 이른바 ‘K-스타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스타들이 입는 옷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려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왕홍들도 K-스타일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중국 왕홍 초청 ‘전자상거래 수출 세미나’에 참석한 이재석 카페24 대표(왼쪽)와 중국 왕홍 민은씨.지난 8월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중국 왕홍 초청 ‘전자상거래 수출 세미나’에 참석한 이재석 카페24 대표(왼쪽)와 중국 왕홍 민은씨.


K-스타일 기업이 왕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뷰티 전문 왕홍인 무야란(穆雅?)은 지난해 중국 모 커뮤니티에서 선정한 ‘인기 왕홍 톱10’ 순위에서 8위에 오른 인기 스타다. 3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가 다루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한국 화장품 사용 후기. 평소 한국 뷰티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즐겨보던 무야란은 직접 한국 스타들의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화장품 구매부터 사용법까지 모든 과정을 담은 영상에 중국 여성들은 환호했다. 특히 그녀가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송혜교 화장법’ 동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무야란은 일약 스타 왕홍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 무야란은 10여 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며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무려 65억 원에 이른다.

무야란의 사례에서 보듯, 왕홍들에게 ‘K-스타일’ 콘텐츠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손색이 없다. 이는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등 K-스타일 상품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천치 대표는 중국 내 K-스타일 상품의 인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에서 소비력과 소비 규모가 가장 큰 사람들은 23~30세의 젊은 커리어우먼입니다. 월 평균 소득 역시 1만~2만 위안(한화 180만~360만 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죠. 이들 대부분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저희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여성의류 중 한국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무려 70%에 육박합니다. 또 한국 뷰티상품과 여성의류의 거래 규모 역시 분기마다 수십%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젊은 여성 소비자들 대다수가 아직 중국에 소개되지 않은 한국 브랜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죠.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는 분명 희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통적인 과정을 거친다.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채용한 뒤, 매장을 마련해 판매를 시작한다. 현지 플랫폼을 통해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펼치고,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유명 한류스타나 중국 인기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왕홍을 통한 마케팅만으로도 충분히 중국 거대 소비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왕홍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 바로 ‘소비자와의 소통’ 때문이다. 평범한 학생에서 일약 팔로워 50만 명을 보유한 스타 왕홍이 된 민은(敏恩)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될 수 있으면 매일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생방송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잠재적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죠. 팬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후기를 얻기 위해서만 방송을 시청하지는 않아요. 중국 소비자들은 왕홍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방송 중에 직접 제품을 홍보하거나 판매를 유도하지는 않아요. 그저 오늘 하루의 일상을 공유하는 수준이죠. 그 과정에서 오늘 제가 입은 옷과 착용한 액세서리, 화장을 보여주고 간단히 소개도 하고요. 그러면 팬들은 자연스레 옷과 액세서리를 어디서 구매했는지, 지금 자신이 가진 아이템과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에 성실히 답변을 해주면 자연스레 제품 판매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이처럼 왕홍을 통한 마케팅은 기존 마케팅 방법과 확연한 차별점을 보여주며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이미 국내 토종 뷰티브랜드 ‘에뛰드하우스’와 화장품 스타트업 ‘미미박스’는 왕홍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직접 중국 유명 왕홍을 한국으로 초청해 뷰티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콘서트는 왕홍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생중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왕홍을 활용한 마케팅은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현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K-스타일 관련 중소기업에게는 왕홍을 통한 마케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기업 카페24의 이재석 대표는 말한다. “다른 나라에도 왕홍처럼 일반인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있지만, 중국에서 왕홍이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는 그들의 사례와 매우 다릅니다. 왕홍 민은 씨의 말처럼 중국 소비자들은 쇼핑 콘텐츠가 재미와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을 경험한 뒤 이를 상품 구매에 반영하기 때문이죠. 국내 기업들이 왕홍을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 도전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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