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억년전 도마뱀 발자국 화석 한국서 첫 발견

척추동물 생물 다양성 입증…이동 근거도 제공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재도전 계기 마련

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 화석.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 화석.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약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경남 남해군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499호 남해 가인리 화석산지에서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도마뱀 발자국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8일 발표했다.

새로운 화석의 이름은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Neosauroides koreaensis)’로 ‘한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도마뱀 발자국’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반도는 특히 경남 고성·남해와 전남 화순·보성 등 남해안 일대가 세계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역으로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은 지난 2013년 2월 김경수 진주교육대 교수가 인솔한 경기도 지구과학교사연구회 지질답사 과정 중 한 초등학교 교사에 의해 발견됐다.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을 합해 총 8개, 발자국 길이는 각 3㎝ 정도다. 발자국 화석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스페인·중국의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4개국 국제 공동 연구팀’을 꾸렸다. 이들 연구팀이 올 4월 현지 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중생대 백악기의 도마뱀 발자국이며 약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함안층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관련 분야 전문 국제학술지(SCI)인 ‘백악기연구’ 최근호에 ‘아시아 백악기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도마뱀형(lacertiform) 발자국 화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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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 화석은 당시 한반도에 큰 공룡의 먹이가 되는 작은 도마뱀이 서식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인 ‘네오사우로이데스 코리아엔시스’ 화석은 당시 한반도에 큰 공룡의 먹이가 되는 작은 도마뱀이 서식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이번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 발견은 △한반도 백악기의 고생물 다양성 △중생대 도마뱀의 서식지 이동 △소형 도마뱀을 통한 중생대 공룡의 먹잇감 추론 등의 근거를 제공하기에 의미가 있다. 연구에 참여한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의 임종덕 학예연구관은 “중생대 중기 백악기에 해당하는 함안층에서는 공룡·익룡·새 등 다양한 척추동물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번 도마뱀 발자국을 계기로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았음을 입증했다”면서 “그간 학계는 도마뱀 발자국이 발견되지 않는 것을 미스터리로 여겼으나 도마뱀이 기존에 살던 호숫가 서식지에서는 익룡 등 큰 공룡의 먹잇감이 될 위험이 커 삼림지역 등 내륙 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마뱀 화석은 호숫가 등 습지와 사막 같은 건조지역에서 동시에 발견됐지만 그 이동 경위는 모호했다. 또한 기존에 발견된 중생대 도마뱀 화석은 크기 2m 이상의 대형인 것과 달리 이번에 발견된 백악기 한국 도마뱀은 길이 1m 안팎의 소형이라 큰 공룡들의 먹이 연구와 더불어 공룡 생태계의 세부 모습에 접근할 실마리를 제공하게 됐다.

작은 도마뱀 발자국의 발견이지만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한국이 200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다 포기한 ‘한반도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 재도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유네스코 실사단은 발자국 흔적화석의 가치 미흡과 국제 비교연구 부족을 지적했지만 최근의 연구가 보완책이 됐다.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게임 등에서 공룡이 인기 소재인 만큼 스토리텔링 부가산업에서의 변화도 기대된다. 임 학예관은 “티라노사우르스 등 인기 있는 중생대 공룡들 사이에 한국에서 발견됐다는 학명을 이름으로 가진 도마뱀이 중생대 공룡 생태계의 일원으로 등장해 스토리텔링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내년 상반기께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을 통해 화석을 공개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경남 남해군 가인리 화석산지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세계 최초로 중생대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경남 남해군 가인리 화석산지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미국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현생 도마뱀인 산쑥도마뱀을 통해 이번에 남해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소형 도마뱀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Henry (Hank) Fabian on iNaturalist.org미국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현생 도마뱀인 산쑥도마뱀을 통해 이번에 남해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소형 도마뱀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Henry (Hank) Fabian on iNaturalist.org


미국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현생 도마뱀인 산쑥도마뱀을 통해 이번에 남해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소형 도마뱀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Henry (Hank) Fabian on iNaturalist.org미국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현생 도마뱀인 산쑥도마뱀을 통해 이번에 남해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소형 도마뱀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Henry (Hank) Fabian on iNaturalist.org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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