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 금지 - 찬성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 · 변호사

의료 질 떨어져 국민 건강·생명권 침해

의사 한 명이 병원 한 곳만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에 대한 위헌 여부가 이달 중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반값 임플란트’로 파란을 일으킨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두 곳 이상의 병원을 개설하거나 운영에 참여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해 최근 3~4년 동안 의료계를 뜨겁게 달궈왔다. 찬성론자들은 폐지할 경우 의료인의 영리추구를 부추겨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생명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찬반 주장을 게재한다.






우리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법(제33조 8항)에서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의료인 1인 1개소’ 제도의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인에게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본연의 업무인 의료행위에 전념하도록 장소에 한계를 두는 데 있다.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막아 국민건강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최근 일부 의료인들이 현행 규정으로는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치료재료의 공동구매, 진료기술과 마케팅 방식 등을 공유하는 병원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반인의 투자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개설하게 해달라면서 이 제도가 위헌이고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첫째, 의료기관 등 사무소의 복수개설을 금지하는 규정은 의료인에게만 특별히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의료인 외에도 변호사·약사·공인회계사 등을 비롯해 수많은 전문자격사들에 대해 하나의 사무소만을 개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의료기관 복수개설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판단이 나온다면 다른 전문자격사 규정들에 대해서도 모두 위헌판단을 내려 복수 사무소 개설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의료인 1인이 모든 의료기관을 독점 소유하지 않는 한 현행규정에서 네트워크 병원이 허용되고 있다. 즉 반드시 1인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지배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을 준수하면서 얼마든지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추가적으로 새로운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하는 목적은 공동구매 등 네트워크 병원 본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영리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만일 1인 1개소법이 폐지된다면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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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경우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법인 본사무소에 귀속이 되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이사회 등의 결의를 거쳐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법인의 목적사업에만 사용함으로써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그 수익금은 비영리 목적사업에 환원된다.

이에 비해 자연인인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그 귀속이나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다.

의료인 1인 1개소 규정이 폐지돼 한 명의 의료인이 수많은 의료기관들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어렵게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세워 여러 개의 의료기관들을 개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의료인 1인이 100여개의 의료기관을 세울 경우 불가피하게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해 이익배당을 하게 되고 나아가 주식회사 등 대자본이 유입된다. 결국 의료인은 투자자 등 비의료인의 영향력 아래에서 진료를 하게 되고 의료기관은 자본의 지배하에 운영될 것이다.

영리병원은 이윤추구가 제1의 목적이다. 이에 따라 이윤추구가 가능한 고비용 진료에 집중하고 치중하게 될 것이고 반면 이윤추구와 무관한 저비용 진료, 교육 및 연구 분야는 관심 밖이 될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인상돼 의료의 공공성, 즉 일반 국민의 의료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은 심각한 해를 입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 수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4.3%(3월 현재)에 불과하다. 이는 민간의료가 차지하는 기관수가 95%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전적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부 소수의 자본력 있는 의료인이 수많은 의료기관들을 독점해 소유하고 영리병원으로 운영한다면 새내기 의료인들로서는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능하게 되고 어느 네트워크를 찾아갈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고민에 처하는 등 의료기관 질서가 무너질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인에게는 최선을 다해 진료할 의무가 있다. 의료인이 영리추구를 위한 다수의 의료기관 경영에 몰두한다면 의료인 본연의 책무인 의료에 전념할 수 없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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