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가 당내 반발을 넘지 못하고 취소했다. 당내 반발이 불 보듯 예견된 상황에서 물밑으로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해온 추 대표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두고 당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 예방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다. 최고위 회의 결과 추 대표는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취소하기로 했다. 추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예방”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하면서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추 대표의 지나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취임 이후 당직 인선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정책 면에서 약간의 우클릭을 통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전 전 대통령 예방도 거침없이 추진한 것 같다”고 확대해석 자제를 당부했다. 추 대표는 취임 후 지금까지 주류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안규백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고 전당대회 공약과 달리 사드 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하지 않는 등 정무와 정책 모두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이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외연 확장’을 노린 포석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대표 취임식 때 당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한 것 역시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의 지지층 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추 대표가 최고위원의 반발을 즉각 수용해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취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호남과의 관계회복을 약속한 추 대표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 출신의 양향자 최고위원을 비롯해 호남 출신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