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인공지능(AI)인 왓슨(Watson)이 다음 달부터 가천대 길병원에서 암 환자 진료에 활용된다.
IBM과 가천대 길병원은 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암 진료에 특화된 ‘왓슨 포 온콜로지(Oncology·종양학·이하 왓슨)’를 다음 달 15일부터 유방암·폐암·대장암·직장암·위암 진료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암 센터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가 왓슨의 ‘의학 학습’을 주도했다. IBM에 따르면 왓슨은 벌써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와 1,500만 페이지의 의료 정보를 습득했다. ‘인간인 의사의 의견에만 따르는 것 보다 왓슨이 더 정확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동남아·인도·태국 등 50여 개 병원이 왓슨을 암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왓슨은 암 진료에 필요한 각 과(科)의 전문의가 모여 논의하는 다학제(협진) 진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다른 전문의와 마찬가지로 ‘소견’을 내놓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부원장)은 “왓슨은 ‘치료 어드바이저’의 역할을 맡게 된다”며 “왓슨의 의견까지 종합해 협진체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인간인 의사들이 결정을 내리는 만큼 책임 역시 의사가 진다는 것이 이 부원장의 설명이다.
환자의 의료 정보는 환자 각자가 갖고 있고, 왓슨은 누구의 정보인지 모르게 ‘비식별화’한 데이터를 전송 받아 분석하는 방식이다.
왓슨의 도입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큰 폭을 향상된다는 것이 양측의 설명이다. 로버트 메르켈 IBM 왓슨 헬스 종양·유전학 글로벌 총괄 사장은 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암 관련 논문이 하루에만 122개가 쏟아져 나오는데 의사가 이를 일일이 읽고 습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1초에 100권의 책을 읽는 왓슨은 암 진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한 명당 15분 내외밖에 쓰지 못하는 의사들의 시간 여유를 늘려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IBM과 길병원은 왓슨의 사용료를 진료·치료비에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부원장은 “현재 암 환자들은 많게는 4 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느라 엄청난 비용을 쏟고 있는데, 왓슨의 목적 중 하나가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