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치권 포화에 멈춰선 서별관 회의…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친다

회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청문회 열어 책임 추긍

정책 콘트롤타워 필요한데 네탓 공방에 추진 동력 잃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 두번째)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유 경제부총리,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 두번째)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유 경제부총리,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서별관회의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8일 시작된 국회의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도 도마 위에 올랐고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지만 이날 청문회의 핵심은 결국 서별관회의로 대표되는 정책 결정의 적절성 여부다.

이날 정부는 서별관회의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별관회의가 ‘밀실에서 불법으로 이뤄진 회의’라는 시각에 대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별관회의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서별관회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국가 경제현안을 조율해온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논란은 청문회가 끝나더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만 해도 정부 내에서 치밀한 조율이 없었기 때문에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야가 서별관회의 청문회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결론 없는 맥빠진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사이 구조조정의 추진동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더욱 걱정인 것은 아무도 책임지기 싫어 결정을 내리지 않는 ‘변양호 신드롬’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5조원대에 달하는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 2,000억원을 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고인으로 참석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회계기준을 적용해도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은 당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서별관회의는 지난해 10월22일 열렸으며 그해 국감은 이보다 앞선 9월에 진행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상반기에 분식회계 위험이 있으니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에게) 점검해보라고 경고했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하더니 정성립 대우조선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 지난해 6월 반기보고서에서 3조원의 손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진 원장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인정했다는 발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는 “(서별관회의) 당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위험성을 인지한 것은 맞지만 분식회계임을 명확히 알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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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 과도한 자금이 투입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삼정KPMG의 실사에서는 올해 말까지 부족한 자금이 2조 4,000억원이라고 결론을 냈는데 서별관회의에서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며 “대우조선 정상화가 아니라 이로 인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부실을 막으려 2조4,000억원이 4조2,000억원으로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조4,000억원은 올해 5월에 부족했던 자금이어서 올해 말 기준으로 부족하다고 추정한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며 “현재 쓴 돈은 3조1,000억원”이라고 해명했다.

4조 2,000억원의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대우조선이 직원들에게 각 1,0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한 것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은 “지난해 상반기 3조1,0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직원 격려금으로 총 1,200억원이 나간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한진해운은 물류대란에 대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임 위원장은 물류대란에 대해 “한진 측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법정관리 수개월 전부터 (유사시) 물류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진 측에 운항정보·화주정보 등을 요구했다”며 “산업은행을 통해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전부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다”며 “이런 기업의 부도덕이 개탄스러우며 이는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해양수산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에는 대부분 다 협조했다”며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운송정보 등의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회장 등 핵심 증인이 빠진 것과 관련해 ‘맹탕 청문회’ 논란에 휩싸였다. 최 전 경제부총리와 안 수석은 증인에서 제외됐으며 홍 전 회장은 자리만 마련됐을 뿐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홍 전 행장이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라며 “불출석에 대해 고발을 의결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정곤·권경원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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