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차이나 인사이더’ 속도내는 최태원…왕위푸 中 시노펙 회장과 면담

"中은 제2 내수시장"...SK, 에너지서 헬스케어까지 현지화 잰걸음

유화 14건 합작사업 진행...의류 등 소비재사업 탄력

ICT·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확대 속도도 한국 수준





최태원(오른쪽 두번째) SK그룹 회장이 8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왕위푸(〃 세번째, 뒷모습) 중국 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 동사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동사장은 한국 기업의 회장과 비슷한 직급이다. /사진제공=SK그룹최태원(오른쪽 두번째) SK그룹 회장이 8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왕위푸(〃 세번째, 뒷모습) 중국 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 동사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동사장은 한국 기업의 회장과 비슷한 직급이다. /사진제공=SK그룹



SK그룹이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사업협력 범위를 대폭 늘린다. 이미 협력관계를 구축한 석유화학 분야에서 벗어나 정유·윤활유 등으로 협력반경을 확대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중국 시장 공략이 한층 속도를 내는 것이다.

SK는 통신·에너지 등 규제산업을 주력 업종으로 거느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내부자가 되자’는 내용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추진해왔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의 왕위푸 동사장(회장)과 만나 양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준 SK에너지 사장과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이기화 SK루브리컨츠 사장 등 SK의 에너지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했으며 다이허우량 시노펙 총경리도 배석했다. 최 회장이 시노펙 경영진을 만난 것은 2012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그는 당시 양사가 추진하던 우한시 에틸렌합작공장(중한석화) 설립 협상을 직접 주도해 투자비 3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양사가 손잡고 2014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중한석화는 지난해 4,0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알짜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다. 4년 전만 해도 시노펙 측에서는 최고경영자(CEO) 격인 총경리가 최 회장을 맞았으나 양사의 협력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이번에는 회장 격인 동사장이 직접 나섰다.


이번 회담에서 양사는 기존에 협력관계를 맺어온 석유화학 분야 외에 정유·윤활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중한석화의 성공을 일궈낸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양 그룹 간 사업협력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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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더를 외치는 SK는 중국에서 에너지·화학·반도체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소비재사업에서도 영향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일순위에 두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발맞춰 환경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핵심 산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 SK는 거의 현지 기업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SK는 중한석화를 비롯해 중국에서 14건에 이르는 석유화학 합작사업을 벌여 폴리머·아로마틱스·올레핀 계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연내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기지를 착공할 계획도 세운 상태다.

SK 계열사 가운데 지난 5년간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SK하이닉스도 중국에서 올해까지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며 현지 수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2014년에는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도 준공했다. 우시 D램 공장이 큰 화재를 내며 가동을 중단한 2013년에는 세계 D램 가격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SK네트웍스는 소비자와 밀착한 사업도 착착 전개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한국 토종 의류 브랜드인 오즈세컨을 들고 2009년 중국에 진출해 연평균 20%에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렌터카인 SK렌터카도 중국에 진출해 있다. 이 밖에 SK E&S는 현지 합작을 통한 도시가스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며 SK 중국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SK차이나는 수처리·대기정화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SK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산업은 한국과 중국에서 같은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 결제대행 사업자인 둬라바오와 합작해 오는 11월 온·오프라인 연계사업(O2O)을 본격 출범시킬 예정이다. SKC 자회사인 바이오랜드는 현지 천연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2018년 중국 하이먼에서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팜 역시 중추신경계통 신약 개발에 집중하면서 중국 진출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물론 SK텔레콤이 중국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려다 규제에 가로막혀 철수한 것처럼 SK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항상 성공일로를 달린 것은 아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2013년 수감되며 이어진 장기간 경영 공백의 여파가 중국 사업에도 미쳤다”며 “최 회장이 지난해 사면 이후 활발히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독려하는 만큼 앞으로는 계열사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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