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주에는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각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달했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 간 거래(B2B) 쪽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시장을 적극 공략해오다 갑자기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군살은 덜어내고 주력 핵심사업은 육성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프린터사업의 매각 규모에 대해 2조원대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인력은 국내외를 합해 2,000여명 규모다. 생산법인은 중국과 브라질에 두고 있고 국내에는 개발과 마케팅, 스태프 인력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음성인식·프린팅서비스 전문기업인 미국의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와 협업해 B2B 프린팅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린팅솔루션 업체인 심프레스를 인수하는 등 프린터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린터사업이 소비자가전(CE) 부문의 다른 사업부와 달리 프리미엄 시장 중심의 점유율 확대가 쉽지는 않은 B2B 영역이어서 삼성 내부적으로는 향후 사업전략과 관련된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CE 부문의 올해 2·4분기 매출은 11조5,000억원대이고 영업이익은 1조3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사업부를 매각하게 되면 2014년 일본 도시바와의 합작사업 법인인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를 협력사인 옵티스에 매각한 후 사업부 분사·매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가 HP로 매각되면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원칙이 재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11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에 통매각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을 롯데케미칼에 팔았다.
비주력사업은 빠르게 정리하는 대신 주력사업 부문인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서비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2월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올해 6월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 8월에는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데이코를 각각 인수했다.
HP가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계열사를 매각하더라도 사업을 더 키워줄 수 있는 곳에 판다는 이 부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업계 1위인 HP가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과거 한화와 롯데의 품으로 간 옛 삼성 계열사들이 단기간에 새 주인과 융합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한화에 인수된 후 1년 만에 836억원 적자에서 66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향후 삼성전자 내 추가 사업부 정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프린터사업부 외에도 카메라·네트워크사업부 등이 비주력사업부로 분류돼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정명·강도원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