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창시절 수많은 수학공식들을 외웠다. 물리, 화학 등의 과목에서도 무슨 법칙, 무슨 정리라 해서 외워야 할 공식들은 많았다. 외운 것은 많았지만 사실 각각의 공식들은 대부분 간단했다. 문제는 그 간단한 공식들을 실제 시험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공식은 외워서 알겠는데, 막상 시험문제를 받아보면 검은 것은 글씨고, 흰 것은 공백일 뿐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험결과는 거의 대부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 공식을 꺼내 들어 학창시절의 힘든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지만, 노후준비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공식이 필요하다. ‘투자수익=원금X수익률X시간’으로 정의되는 투자공식이다. 학창시절 접했던 공식들과 마찬가지로 간단하다. 투자원금에다 수익률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시간(투자기간)을 곱하면 바로 투자수익이 된다.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학창시절의 많은 공식들처럼 이 투자공식 역시 실전에 적용해서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금, 수익률, 시간 중 최소 어느 한 가지라도 높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은 그 어느 것 하나 높이기가 쉽지 않다. 투자원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벌어들이는 소득, 즉 근로소득이 늘어야 가능한 일인데, 최근 3~4년 동안 근로소득 증가세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나마 있는 원금의 투자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부동산가격의 상승률이나 수익형부동산의 임대수익률은 과거만 못하고,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은 오히려 뒷걸음을 치기도 한다. 실제 주식형펀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낮아지고 있다.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마지막 요소, 시간 역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사실 노후준비의 성패는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어차피 경제상황이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면 결국 노후준비의 차이는 시간에서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노후준비를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간 역시 투자수익에 별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후준비를 위한 투자공식을 제대로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닥치는 것이 노후이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제자리여서 투자원금을 늘릴 수 없다면, 좀 더 오래 일함으로써 투자원금의 총량은 늘릴 수 있다. 투자수익률 역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형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다면 어느 정도 상승을 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의지를 갖고 노후준비를 시작한다면 어렵지 않게 늘릴 수 있다. 사실 모두 간단한 해법이지만, 이 모두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자공식의 3요소 중 어느 것 하나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따라서 각 요소들을 조금씩이나마 개선시키고 높이려는 노력을 통해 이 작은 것들이 곱해졌을 때 발생하는 기대이상의 효과, 즉 ‘승수효과’를 노려야 한다. 이 것이 노후준비의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