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베이징 외교가 등 국제사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도 실질적인 제재 강도를 높이는 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서는 대북제재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의 우호 관계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를 감안해 결국 이번에도 시늉 내기 공조에 그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할 때 공식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기는 했지만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북한과의 교역을 재개하면서 북한의 숨통을 열어주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5차 핵실험에 중국이 이례적으로 곧바로 외교부 성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중국 당국의 의지를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관영 언론들은 추가 핵실험이 사드 배치 때문이라는 양비론을 취하는 태도를 보여 중국 당국의 향후 대북제재 수위와 방향이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0일 중국 사회과학원 왕진성 연구원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잘못된 대외정책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재고하고 북한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가 10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하고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같은 날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전화 협의를 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초기 행보가 실제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의 외교가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 등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대북제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보다는 창의적인 방식의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북한 편들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가진 뒤 북한의 핵실험 관련한 질문에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지만 제재보다 더 창의적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은 단순히 새로운 제재들로 국제사회 외교적 대응이 다 좀 더 창조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면서 “해당 지역(한반도)을 군사적 충돌 위기로 내모는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