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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대안 ‘공동주거’…‘아현동 쓰리룸·우동사’

‘다큐공감’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대안 ‘공동주거’…‘아현동 쓰리룸·우동사’‘다큐공감’ 1인 가구 시대, 새로운 대안 ‘공동주거’…‘아현동 쓰리룸·우동사’




‘다큐공감’ 아현동 쓰리룸, 우동사 등 공동주거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살펴봤다.


11일 방송된 KBS1 ‘다큐공감’에서는 ‘우리, 같이 살아요’편으로 1인 가구의 증가로 늘어나고 있는 공동거주를 통해 ‘집다운 집’인지 살펴봤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7%. 전체 인구의 4분의 1정도로 이미 보편적인 사회 현상이 되었다. 이처럼 ‘1인 가구’의 확산은 다양한 생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동주거’다.

특히, 최악의 취업난과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린 ‘청년 1인 가구’들에게 공동주거는 치솟는 집세와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버틸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럿이 함께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거는 주거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줄고, 고시원이나 옥탑방, 반지하, 원룸 등에 살 때보다 넓은 공간 이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주거 공간이 바뀌자 삶의 질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차츰 자신들의 인생을 바라보는 고민도 깊어졌다.

처음엔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한데 어울려 살기 시작한 청년 1인 가구들은 공동주거를 경험하며 스스로 ‘집다운 집’이란 무엇인가, 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 보증금 500, 월세 50 - 아현동 쓰리룸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던 서울 마포의 아현 2구역. 낡고 오래된 서울의 모습이 오롯이 남아있는 이 동네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앞이나 신촌과 가까우면서도 주변보다 집세가 싸다는 장점이 있었다. 높은 집세 때문에 시름하던 청년들이 이 동네로 하나 둘 모여 들게 된 이유다. 2013년 봄, ‘아현동 쓰리룸’에 입주한 청년들도 그들 중 하나였다.

창문도 없고 다리 뻗기도 힘든 고시원, 볕도 안 드는 반지하나 원룸에 살면서도 비싼 월세 내는 게 벅찼던 청년들은 고향인 대전에서부터 알던 인연들을 모았고, 각자의 보증금을 합쳐 함께 살 집을 구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나가야 한다는 조건은 있었지만,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놀랍게도 방 3개와 주방과 거실이 있는, 있을 건 다 있는 진짜 ‘집’이었다.

서울살이를 위해서는 고시원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이들에게 ‘아현동 쓰리룸’에서의 생활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생활비가 줄었다. 월세 50만 원도 셋이 나눠 내니 혼자 월세 낼 때보다 부담이 덜해 적게 벌어도 버틸만 해졌다. 내친 김에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먹고 씻는 게 불편했던 고시원에선 맨날 통조림과 즉석밥,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카레나 스파게티 같은 전에는 절대 먹을 수 없던 음식도 해먹을 수 있게 됐다. 모두 거실이 생긴 덕분이었다.


아현동 쓰리룸에 살면서 ‘피터 아저씨’라는 음악 밴드를 결성한 청년들은 자신들의 거실을 오픈해 집밥모임 ‘목요일엔식당’을 열고, 친구들과 뮤지션 초청해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러자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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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아현 2구역의 재개발 일정이 확정되고 올해 연말까지 모두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비교적 싼 집값으로 공동주거를 하며 머물던 청년 세입자들의 삶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 올라와 처음으로 정붙이고, 우리 집과 우리 동네라는 마음으로 살게 했던 아현동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 1인 가구들의 마을 만들기 - 우리동네 사람들

공항철도로 연결되는 인천 검암역 인근, 빌라촌. 빌라 8세대 중 401호, 402호, 302호에 공동주거를 선택한 ‘우리동네 사람들(우동사)’ 식구들이 살고 있다. 한 집에 6명씩, 결혼한 커플 두 쌍을 제외하고는 모두 1인 가구다.

그 외에 공동주거 적응을 위해 석 달을 함께 살아보는 ‘오공하우스’와 1년을 거주해 보는 ‘엘리시움’ 같은 한시적 공동체도 함께 운영한다. 우동사는 단순히 주거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하는 월세 피난처로서의 공동주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함께’와 ‘자립’이 공존하는 개인의 삶이 존중되는 공동체를 꿈꾼다.

엘리시움에서 1년, 오공하우스에서 석 달을 살아보고 지난 6월, 우동사 302호에 입주한 서문희 씨. 그녀는 매일 1시간 40분 거리를 출퇴근 전쟁을 치루면서도 우동사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함께 살며 얻는 좋은 점이 ‘아홉’이라면, 힘든 점은 ‘하나’ 정도란다. 불편함보다 안정감이 더 크기 때문에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럿이 함께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것. ‘규칙 없는 게 규칙’이라는 우동사는 관계가 맺어질 때 그 관계를 어떻게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무너지지 않는 관계 만들기에 집중한다.

매주 한 번, ‘밥상모임’이라는 다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잘 듣는 법과 잘 이야기하는 법, 소통의 신호 오류 줄이는 방법을 고민한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을 통해 나를 보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 누군가에게 ‘우렁각시’가 되어주는 일상

누구는 주거 비용 문제로, 또 누구는 더불어 사는 삶에 끌려 공동주거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 공간은 물론이고 삶도 함께 나누며 살다 보니 전에는 불가능 할 것 같았던-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함께 사는-생활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당당히 402호의 식구가 된 ‘쑥쑥이’는 모두의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하고, 누군가에게 ‘우렁각시’가 되어줄 수 있는 일상. 1인 가구들의 삶의 조각들이 모여 마을 같은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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