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첫 공식 행보로 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글로벌 CJ’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회장의 경영공백 동안 미뤄졌던 각 계열사 대표의 승진인사지만 신속·안정·글로벌이라는 3대 키워드가 이번 인사에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CJ제일제당(097950)·CJ대한통운(000120)·CJ푸드빌 등 글로벌 삼각편대에 힘을 더욱 실어줘 글로벌 공략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2일 CJ그룹은 계열사 임원 50명을 대상으로 승진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통상 12월에 실시하던 정기 임원인사보다 3개월 빠른 것으로 지난해 33명에 비해서도 대폭 인원이 늘었다. 이 회장이 조직 분위기 쇄신과 성과 보상 차원에서 최대한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8월24일자 18면 참조
CJ는 이번 인사에서 각 계열사 수장의 보직 이동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규모 승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최대한 빠르게 임원인사를 하되 조직의 수장은 바꾸지 않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대신 글로벌 시장 개척에 앞장선 CEO에게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승진을 안겨줘 향후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푸드빌에 대한 이 회장의 각별한 신뢰다. 이들 3개 계열사는 그간 내수에 주력했지만 이 회장의 경영공백과 맞물린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맞아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CJ’를 주도하는 첨병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대표 3인 모두 공채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상을 깬 파격적인 인사라는 분석이다.
그룹의 모태 CJ제일제당을 이끄는 김철하 사장은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계열사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다졌다. CJ제일제당은 올 1월 중국 1위 바이오업체 메이화성우와 인수를 위한 가계약까지 체결했지만 2조원 안팎의 인수금액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메타볼릭스를 사실상 인수한 데 이어 최근 CJ프레시웨이(051500)와 함께 베트남 국영 유통기업 사이공무역그룹과 현지 진출을 위한 업무협력을 체결하는 등 연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창사 이래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히는 CJ대한통운의 박근태 총괄부사장도 이번에 사장으로 영전했다. 박 사장은 CJ그룹 중국법인장으로 근무한 대표적인 그룹 내 중국통이다. CJ대한통운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지난해 중국 최대 냉동물류 전문업체 룽칭물류를 5,000억원에 인수하고 이달 초 말레이시아 1위 물류업체 센추리로지스틱스까지 품어 향후 CJ를 이끌 M&A 전문가로 부상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룹 내 막내 CEO였던 정문목 CJ푸드빌 대표 도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재무통인 정 대표는 2011년 CJ푸드빌 경영지원실장으로 합류한 뒤 불과 2년 만에 CJ푸드빌 대표에 올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CJ푸드빌을 K푸드 열풍의 선봉장에 올리는 등 이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다.
CJ는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그룹 비전인 ‘그레이트 CJ’를 수정 없이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 공백 이후 CJ는 수년간 그룹 매출 30조원의 벽에 막혔지만 경영정상화가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그룹 전반에 성장동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CJ는 이번 인사에서 김성수 CJ E&M(130960) 대표와 김춘학 CJ건설 대표를 각각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부문 대표도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발령했다. 또 지주사 CJ주식회사에서는 신현재 경영총괄이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공석이던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에는 강신호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부사장이 자리를 옮겼다. CJ는 오는 12월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내년 3월 평사원을 대상으로 정기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이 회장의 경영공백 이후 지난 3년 동안 최소한으로 단행했던 정기 임원인사를 뒤늦게나마 실시한 것”이라며 “CJ가 2010년 발표한 그룹 청사진인 ‘그레이트 CJ’ 달성을 위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