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의 원천기술은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관련 제조산업이 부침을 겪으며 해외에 헐값으로 넘겨졌다. 국내에는 특허를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덕분에 손쉽게 토종기술을 확보한 해외 기업은 이후 상당한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 해외처럼 특허에 대한 외부의 투자가 가능했다면 회사는 설사 사라져도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atent)에 대한 소유권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관련 법적 기반이 부족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벤처캐피털(VC)도 지식재산권(IP)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런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청은 15일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의 조합 관리 규정을 개정해 VC가 지식재산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활용을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VC들이 IP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보유 기업에 대한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등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투자가 가능했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VC는 직접 IP를 사고 매각할 수 있게 돼 IP관련 펀드가 늘어나 지식재산권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VC들이 조성한 IP펀드는 단 2개로 아이디벤처스(560억원 규모)와 KB인베스트먼트(500억원) 두 VC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박용순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장은 "기존에는 VC들이 IP를 직접 매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분이나 NPE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IP에 투자할 수밖에 없어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펀드 운용에도 제약이 있었다"며 "이번 개정으로 IP 투자와 가치 제고, 거래 등에 VC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식재산권 활용과 유동화를 통한 중소기업 기술이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도 이번 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광준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대표는 "IP가 과거처럼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IP 거래 시장이 활성화돼 결국 IP도 과거보다 제값을 받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아울러 기술 기반의 회사가 설사 무너져도 질 좋은 IP는 살아남아 기술 유출을 막고 IP를 담보로 한 대출시장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VC들이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이 많은 우수 IP를 매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서 사업화하지 못한 질 좋은 IP가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가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중소기업이 IP펀드를 통해 양질의 IP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전체 매입액의 60% 이상이 중소기업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IP펀드에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강광우·박진용기자 pres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