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골프 ‘대세’ 박성현(23·넵스)은 올 시즌 상금으로만 12억원 넘게 벌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시즌 종료까지 8개나 더 남아 있는데도 박성현은 이미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을 작성했다.
실제로 벌어들인 상금은 12억원보다 훨씬 많다. 지난 시즌 상금랭킹 2위 자격 등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 간간이 출전해 상금을 보탰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올 시즌 LPGA 투어 5개 대회에 나가 39만3,793달러(약 4억3,986만원)를 얻었다. 일본 투어 상금까지 더하면 상금 총액은 약 17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성현이 올 시즌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LPGA 투어 도전에 나선다. 15일 오후(한국시간)부터 나흘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GC(파71·6,470야드)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이 그 무대다. LPGA 투어 전체 대회 중 상금 규모가 세 번째로 큰 대회다.
박성현은 이 대회에서 LPGA 투어 정회원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 LPGA 투어는 비회원이라도 상금랭킹 40위 안에 들 만큼의 상금을 벌면 다음 시즌 풀시드를 준다. 비회원의 상금은 상금랭킹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약 39만달러면 현재 29위에 해당한다. 이번주 대회에서 20위 안에만 들면 박성현의 2017시즌 풀시드 획득은 확정적이다.
박성현은 지난 11일 KLPGA 챔피언십 직후 프랑스로 출국하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목표는 톱10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체력이다. 박성현은 연속된 대회 출전과 늘어난 행사 등 각종 일정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그 때문인지 지난주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는 수월한 코스 컨디션에도 1오버파 73타를 쳐 역전 우승 기회를 놓쳤다. 해외 투어 대회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전담 캐디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박성현은 해외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 올해 처음 출전하기 시작했는데도 좋은 성적을 냈다. 메이저대회에서도 ANA 인스퍼레이션 공동 6위, US 여자오픈 공동 3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이버로 260야드를 쉽게 날리는 장타자 박성현은 정교한 그린 플레이 위주라는 한국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도 날려버렸다.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공동 50위)에서 보인 최악의 퍼트 난조를 되풀이하지 않는 이상 이번주 박성현의 LPGA 투어 출전권 획득 확률은 꽤 높아 보인다.
한국 선수들은 에비앙 트로피마저 가져오지 못하면 올 시즌을 메이저 무승으로 마치게 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8·KB국민은행)가 대회 출전 대신 손가락 부상 재활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등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자 이미림(26·NH투자증권), 최근 컨디션이 돌아온 2014년 이 대회 우승자 김효주(21·롯데) 등도 ‘양강’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위협할 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