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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드론 띄워 인공강우까지... 과학계 미세먼지와의 전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한 활동가가 방독면을 쓴 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한 활동가가 방독면을 쓴 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 활동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감싼 뿌연 미세먼지로 바깥 나들이마저 꺼려지는 게 현실이다.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은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이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 미세먼지(PM10) 연간 평균 농도는 46㎍/㎥로 WHO 권고(20㎍/㎥)는 물론, 2014년 기준 미국 로스엔젤레스(29㎍/㎥), 일본 도쿄(21㎍/㎥), 프랑스 파리(26㎍/㎥), 영국 런던(18㎍/㎥)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 공기질 순위는 최하위에 속한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을 기록, 180개국 중 173위로 꼴찌나 다름 없었다.

미세먼지 크기 비교. 머리카락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몸 속에 흡수되고, 장기 곳곳에서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크기 비교. 머리카락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몸 속에 흡수되고, 장기 곳곳에서 나쁜 영향을 미친다. .


미세먼지란 지름이 10㎛ 이하(PM10)인 먼지다.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 지름이 2.5㎛ 이하(PM2.5)면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PM은 미세먼지를 뜻하는 Particulate Matter의 약자로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단위로 측정된다. 미세먼지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 연료를 연소시키거나 공장 배출가스나 자동차 매연 등이 원인이다.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은 황산염이나 질산염이 58%로 가장 많고, 탄소류와 검댕(16.8%), 광물(6.3%)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세할수록 흡입할 때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직접 침투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미세 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최근에는 치매나 뇌졸중까지 유발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013년 초미세 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위험하다.

이 같은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의 대기질을 10년 내에 선진국 도시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내년 환경 예산을 미세먼지 줄이기에 우선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미세먼지 오염의 주원인인 노후 경유차를 조기에 퇴출 시키기 위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57.9% 늘어난 482억원(6만대)을 폐차 지원에 쓴다. 또 전기차 보급 예산도 올해보다 77.9% 늘린 2,643억원으로 대폭 증액했으며, 하이브리드차(13.1%), 수소차(310.7%) 등도 증액 편성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한시 사업으로 추진됐던 한-중 미세먼지 저감 실증협력사업을 1년 연장하기로 하고, 2017년에 100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여기에 PM2.5 측정망 확충 예산이 12억원(82개소)으로 156.3% 증액되었고, 노후장비 교체 예산도 32억원(43개소)으로 100.3% 증가했다.

서울시 역시 2005년 이전 등록된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내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에 나선다. 2018년부터는 인천과 경기도 17개 시, 2020년엔 수도권 전역으로 운행 금지가 확대된다. 이를 어기고 몰래 차량을 끌고 왔다가 적발되면 한번에 20만원, 최대 2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번 조치로 2020년까지는 현재 보다 초미세먼지가 약 28% 정도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학계 역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이는 저감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95%까지 감축해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경유차에 적용할 수 있는 매연저감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를 개발해 6만㎞ 도로주행 테스트를 마쳤다. DPF는 경유차 배기관에서 배출되는 매연의 95% 이상을 필터에 모아 태울 수 있는 장치다. 이번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플라즈마 DPF는 크기가 기존 버너의 10분의 1에 불과한 데다 가격이 저렴하고, 배기가스의 온도가 낮아도 매연을 태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형 기관차나 발전소, 선박, 화물차뿐만 아니라 소형 승용차에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이외에 버스 등 차량 하부에 장착할 수 있는 집진장치, 지하철도 비산먼지 저감기술 등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대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를 잡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미세먼지를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게 하는 것이다. 2㎜ 비를 내리면 미세먼지가 6% 줄어들고, 6㎜ 내리면 20%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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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강우는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된다. 인공 강우는 비행기나 로켓, 폭죽 등 지상발생기 등을 이용해 요오드화 은을 살포해 빗방물이 맺히게 한다. 구름씨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 은이 주변의 수증기를 달라붙게 해서 커다란 빗방울을 만든다.

미 사막연구소(DRI)가 개발 중인 인공강우 드론. 드론이 구름씨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 은을 살포하고 있다.미 사막연구소(DRI)가 개발 중인 인공강우 드론. 드론이 구름씨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 은을 살포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사막연구소(DRI, Desert Research Institute)는 인공 강우를 만들 수 있는 구름씨를 탑재하고 공중에 뿌릴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직접 항공기를 타고 가거나 로켓을 이용했지만 드론을 이용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원하는 곳에 정확히 요오드화은을 뿌려서 인공강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를 내리게 하는 대신 고인 빗물을 고층 빌딩 옥상에서 스프레이처럼 흩뿌리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물을 뿌려 미세 먼지를 잠재우자는 것이다. 이 방법은 빗방울을 이용하는 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다.

미세먼지가 띠는 전기적 극성을 이용하는 기법도 나왔다. 코일에 정전기를 발생시켜 미세 먼지가 달라 붙도록 하는 것이다. 정전기를 띤 풍선 표면에 먼지가 달라붙는 것과 같은 원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 7미터 크기의  이 타워는 이온화 장치로 미세먼지를 흡착해 공기를 시간당 3만㎥씩 정화한다.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 7미터 크기의 이 타워는 이온화 장치로 미세먼지를 흡착해 공기를 시간당 3만㎥씩 정화한다.


이 같은 아이디어로 만든 스모그 프리 타워 장치는 시간당 3만㎥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가 개발한 7m 높이의 스모크프리 타워는 미세 먼지를 이온화하는 장치가 있다. 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통풍 시스템이 더러운 공기를 챔버 속으로 빨아들이면 이 곳에서 15㎛ 이하 입자는 양전하를 띄게 된다. 이런 양전하를 띤 입자는 챔버 내 전극에 달라붙는다. 이 과정을 거쳐 깨끗한 공기를 타워 아래쪽에 있는 통풍구를 통해 배출된다. 에너지 소비량도 1,700W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며, 풍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베이징 당국은 그 기술을 도입했고, 다수의 중국 도시에 그것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서해를 건너오는 중국발(發) 미세먼지는 바다를 건너오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게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미세 먼지를 제거하는 방법도 고안됐다. 중국정부는 지난 2014년 중국 군수업체 AVIC과 계약을 체결해 대기 중 미세먼지를 응고시키는 드론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드론은 미세먼지를 뭉쳐 응고시키는 화학물질 700kg을 실은 후 공중에 뿌리는 방식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응고된 미세먼지는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최대 반경 5km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드론에 미세 먼지 제거 필터를 실은 뒤 공중에 띄우는 것도 아이디어다.

미국 사이언스지는 미세먼지 제거필터를 장착한 드론 수백 대를 날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드론이 수시로 충전을 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공에 열기구 형태의 드론 충전소를 설치해 장시간 체공하며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밖에 고출력 레이저로 미세먼지를 분해하거나 지상에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세워 미세먼지를 제거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관련 자료들은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는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국내 미세먼지 관측망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육상 현지 관측 체계로 돼 있다. 육상 이외에도 해상, 상층고도 등 관측 공백이 많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2020년쯤에 지상·상층·해양 등 3차원 입체분석을 통해 정확도를 75%로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또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구축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인공지능기법을 활용해 일주일 단위 중장기 예보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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