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의 눈] 디젤게이트 1년, 하염없이 늦어지는 리콜

산업부 성행경기자





미국 환경보호청이 폭스바겐그룹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적발한 지 18일(현지시간)로 꼭 1년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리콜을 통한 문제 해결은커녕 정부와 업체 간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속에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행 배출가스 기준치를 초과하는 차량이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운행되는 것도 문제지만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매매제한 등 차주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 수습을 위해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과 재인증 문제 해결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달 초부터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 문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엔진을 단 차량 12만5,000대에 대해 리콜 조치하기로 했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서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리콜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올 1월부터 세 차례 제출한 리콜 서류는 모두 반려됐다.


핵심 쟁점은 ‘임의설정’ 인정 여부다. 환경부는 리콜 계획서에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 삽입을 줄곧 요구하고 있는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거부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벌어질 법적 소송에 대비해 리콜 계획서에 임의설정이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한국 및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해당되지 않고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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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이 임의설정 여부만 인정하면 독일 본사에서 공수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리콜 문제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임의설정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실제 임의설정을 한 아우디폭스바겐은 소비자 보상 등 소송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

디젤게이트가 이처럼 장기화된 데는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그룹의 책임이 크지만 임의설정 문구 삽입에 집착하는 환경부의 태도도 한몫했다고 본다.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리콜이 개시되면 100억원대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로 했지만 한국 소비자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환경부도 임의설정 인정을 이끌어내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리콜 지연이 가져올 부작용도 고려해 보다 유연한 자세로 빠른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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