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얼어붙은 내수]단기 소비진작책 약발 떨어져...고소득층 지갑 열 대책 내놔야

실질 GNI 둔화 ...소비성향 사상 첫 60%대 하락 위기

개소세 줄이고 고소득자 대상 상품·서비스 개발 필요

공휴일,요일제로 바꾸는 '해피 먼데이'도 도입해볼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한 수출의 빈틈을 메워왔던 민간 소비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선 구조조정으로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있어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8월 음식점업 종사자 등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4,000명 감소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두 달 연속 줄었다. 저유가로 가계의 구매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악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6%대 고속성장을 기록하고 덩달아 소비도 늘어났지만 최근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 중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저유가로 인한 소비 증대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는 지난해 6.5%(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는 평균 4.7%로 둔화했다.

정부의 소비진작정책의 약발도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계의 소비가 앞당겨 집행됐다”며 “올해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행사를 한다지만 이미 소비여력이 소진된 만큼 정책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도 단기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씀씀이 수준을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이 사상 처음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사상 최저인 70.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내수보다는 수출이 중요하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소비 등 내수를 키우는 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총생산(GDP)은 ‘수출+투자+소비’로 구성되는데 과거에는 소비를 희생해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이것이 기업의 투자와 수출로 연결돼 고속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수출과 투자는 중국의 추격으로 과거와 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없게 됐다”며 “이제는 ‘서자’로 밀려났던 소비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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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을 통한 사교육비 축소, 주거비용 감소, 빈부격차 완화 등 정부정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총재는 “그동안 우리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에서 활로를 찾자고 했지만 전 세계 시장이 블루오션일 때 이야기”라며 “이제는 소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사치성 소비에 붙는 개소세를 축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가 중요한 시점인데 소비를 부정적인 틀에서 바라보고 도입된 제도가 아직 많다”며 “고가 상품에 과도하게 매겨진 세금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이 골프장에 붙는 개소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휴일을 요일제로 변경하는 ‘해피 먼데이’도 조속히 도입할 만하다. 정부는 어린이날(5월5일), 현충일(6월6일), 한글날(10월9일)을 날짜제에서 ‘0째주 월요일’ 등 요일제로 바꿔 매년 토·일·월 3일 연휴를 정례화하는 제도를 적극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서비스업이 GDP의 약 60%에 달한다”며 “쉬는 날이 많아져야 소비가 늘고 서비스업 생산도 증가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소득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게 고급 상품,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명 ‘퍼스트 클래스’ 고속버스인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단적인 예다. 국민 대다수가 경기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고소득층도 존재한다. 이들이 국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프리미엄 서비스가 나온다면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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