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바이엘, 660억弗에 몬산토 인수...농화학시장 독점 우려 커진다

4개 거대 기업이 시장 지배

농화학업체 경쟁·혁신 감소

종자·비료 등 가격 상승 우려

美·유럽 “대책마련” 목소리 커져



독일 화학·제약업체 바이엘이 삼고초려 끝에 세계 최대 종자회사 몬산토를 74조원에 인수했다. 종자는 물론 제초제·살충제 등 글로벌 농화학 업계에서도 높은 지배력을 가진 공룡기업의 탄생으로 농화학시장에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져 종자와 비료 등 관련 제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금액은 660억달러(약 74조2,830억원)에 달한다. 이는 독일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올 들어 성사된 글로벌 M&A 중에서도 최고 금액이다. 몬산토의 몸값이 치솟은 것은 지난 5월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전에 뛰어든 후 경쟁업체인 바스프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세 차례나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바이엘이 이처럼 거액을 들여 몬산토 인수에 공을 들인 것은 살충제·제초제 등 화학시장에 한정된 자사 제품군을 종자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WSJ에 따르면 바이엘은 글로벌 살충제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몬산토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을 포함한 종자시장에 특화된 기업이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농화학 업계의 주요 산업군인 화학과 종자 두 분야 모두에서 높은 지배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WSJ에 따르면 바이엘은 이와 더불어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농업’을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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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회사의 빅딜에 대해 글로벌 농업계에서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농민들의 선택권이 좁아져 농화학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컨설팅 업체인 버던트파트너스는 바이엘과 몬산토의 합병을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두 회사가 통합되면 미국 농작물 재배면적의 약 70%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장독점 우려를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바이엘과 몬산토의 M&A는 농화학 업체 간 경쟁과 혁신을 감소시켜 결국 종자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시장 독점과 직결되는 농화학 업계의 M&A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1996년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종자회사들은 600개에 달했으나 대부분이 몬산토와 신젠타·바이엘·듀폰·다우케미컬·바스프 등 6개 메이저 기업에 인수됐다. 또 지난해에는 이들 6개 기업 중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합병했고 이번에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해 4개 기업만 남게 됐다.

글로벌 농화학 업계의 시장독점 우려가 고조되자 미국과 유럽 정치권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회의 녹색당 의원인 몰리 스콧 카토는 “덩치가 커진 바이엘이 우리 땅에서 무엇을 재배하고 식탁에 어떤 음식이 오를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몬산토와의 합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반독점당국도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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