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상승세에 대해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주택시장에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추석 이후 연말까지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에 따라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지난 2014년 이후 신규 분양시장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맞물린 데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이지만 지난달 발표한 ‘8·25 가계부채 경감 방안’은 수요자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와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상승세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8·25대책을 전반적인 공급과잉 흐름 속에서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균형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값 띄우기 신호로 오인한 탓”이라며 “정책 내용은 분명히 악재인데 수요자들은 오히려 호재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시장 흐름을 선도하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 강세가 추석 이후 강남권 재건축 분양과 맞물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일반 아파트 역시 재건축 아파트와 비교되면서 올라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수요자들은 단기적이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지방은 아니더라도 서울과 수도권은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과 같이 대세 상승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부 재건축 아파트 등은 꾸준한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 시장을 관통하는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국면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일하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초부터 우려했던 변수들이 언제 수면 위로 부상할지 모르는 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위험)’ 관리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남은 기간 정부의 정책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을 도입하기로 한데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현재보다 더 과열될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중단 등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는 금리 인상, 정부 대책, 강남 고분양가 분양 결과”라며 “조금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수도권 입주물량이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 입주가 시작되면 서울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나고 결국 기존 재고주택 시장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서울 물량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경기도 등 수도권 물량이 있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서울의 경우 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의 경우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