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외환 두 은행의 노조 통합은 KEB하나은행 정착과정에서 전산통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한 하나은행과 외국환을 전담하던 외환은행은 태생 자체가 다른데다 직원들의 정서도 상이해 통합 이후 2~3년간 화학적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노조 통합이 빨리 이뤄지면서 KEB하나은행은 자산관리 역량과 외국환 전문성이 결합된 거대 은행으로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초대 통합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연임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함 행장은 취임 이후 가장 큰 고비였던 두 은행의 전산통합을 차질 없이 이뤄낸 데 이어 통합 1년여 만에 노조 통합을 이끌어내는 쾌거를 거뒀다. 앞서 다른 은행들의 합병 당시 노조 통합이 2~5년 걸린 것에 비춰보면 이번 하나·외환 노조 통합은 은행 통합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KEB하나은행 내부에서는 함 행장이 취임 당시 옛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탕평책’을 쓴 것이 이번에 노조 간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신의 한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행장은 또한 외환은행과 마찬가지로 피인수은행(서울은행) 출신인데다 오랜 지방 생활로 은행 안에서 특정 계파가 없어 외환 노조의 저항감이 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조는 19일 통합을 발표하면서 오는 26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노조 통합을 승인 받은 뒤 올해 말에 통합노조 집행부 선거를 치른 후 내년 1월 KEB하나은행 통합지부가 정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초대 노조위원장은 3년 단임,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하나와 외환은행 출신 각 1명씩 2명의 위원장이 한 팀이 돼 선거에 입후보하는 방식이다.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양사의 임금·직급 등 모든 체계가 확연히 다르다 보니 과도기적으로 공동위원장 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이후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은 기본적으로 우월한 쪽에 맞추겠다는 것이 노조의 방향이다. 지금까지는 외환은행이 하나은행보다 임금이 다소 높았던 것으로 분석돼왔다. 김 위원장은 “기존에 있던 근로조건 저하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집행부를 하나로 만들면 다른 조직원 간의 이해관계를 한 곳에서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1년을 갓 넘긴 KEB하나은행은 노조 통합이라는 숙원을 이루면서 통합은행으로서의 시너지 창출이 더욱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 동시에 함 행장 또한 내년 3월 연임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7,9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상승했고 지난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17%로 지난해 같은 기간(1.33%)에 비해 줄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던 대기업 여신이 상당폭 줄면서 여신 포트폴리오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6월에는 외주 사업자 없이 내부 정보기술(IT) 및 현업 인력 주도로 전산통합을 잡음 없이 성공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까지 통합에 합의한 만큼 앞으로 통합은행으로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오롯이 경영진의 몫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하나·외환 노조 모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관철시켜야 하는데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비해 모자란 활동고객 수를 늘려야 한다. 기업 여신이 많이 줄었다지만 한진해운이나 딜라이브 사태 등에서 보듯 KEB하나은행은 여전히 상당한 대기업 여신을 쥔 은행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결국 리테일(소매) 전쟁에서 노조까지 통합된 KEB하나은행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경영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조권형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