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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최근 정식 출시한 '롤리 키보드'는 세계 최초로 둘둘 말아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다. 지난 9월 초 전 세계 정보기술(IT) 팬보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 첫 선을 보일 때까지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제품이다. 이 혁신적 아이디어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열정으로 무장한 LG전자 개발자들 덕분이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가가 문제죠."
롤리 키보드의 디자인을 주도한 이승엽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디자인연구소 뉴플랫폼디자인팀 선임연구원은 조금은 겸연쩍은 듯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둘둘 마는 키보드를 실현하기 위해 LG 개발진은 부품·소재를 모두 혁신해야 했다. 부품은 더 유연하고 작아져야 했고 소재는 부드러우면서도 수 만번 말아도 버틸 수 있어야 했다. 제품의 기획을 담당한 장광순 LG전자 IPD 상품기획1팀 과장은 "LG전자에서 표준화시켜 쓰고 있던 기존 부품·소재를 쓸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개발진은 한정된 개발기간 동안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롤리 키보드를 제때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지치지 않는 반복과 열정'을 꼽았다.
조이환 MC연구소 악세사리팀 선임연구원은 "부품과 부품을 잇는 관절 역할을 할 소재는 아예 새로 개발했다"며 "개발에 참고할 소재를 찾아 원단 도매상가까지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또 개발진은 키보드를 쉽게 말았다 폈다 할 수 있도록 제품에 자석을 장착하고 끌어당기는 힘(자력·磁力)을 최적의 상태로 맞추는 실험을 수 천번이나 반복했다.
모두 각자 팀의 막내급이기도 한 장 과장과 조·이 두 선임연구원은 "롤리 키보드가 '롤러블(Rollable) 키보드'라는 새로운 제품군의 시초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회성 아이디어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파생·후발 기기들이 나올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 선임연구원은 "제품을 개발할 때는 '과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가졌지만 막상 공개된 후에는 국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다. 장 과장은 "지난 달 국내 출시 이후 온라인 쇼핑몰 등에 깔렸던 초기 물량은 거의 완판됐다"며 "이제 미국에도 상륙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