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머리 맞대도 시원찮을 판에…정례회의 없는 정부 지진기관들

안전처·기상청·지질자원硏 등

지진 관련 업무 공무원 77명뿐

예산 부족, 대응책은 그림의 떡

3개 기관 협력 시스템도 없어

"총괄 기구 법제화" 목소리 커져

강한 여진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기상청 발표에도 경주시민들은 계속된 여진에 생수와 라면 등 생필품 구매에 나서면서 일부 마트에서 제품이 매진되기도 했다./연합뉴스강한 여진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기상청 발표에도 경주시민들은 계속된 여진에 생수와 라면 등 생필품 구매에 나서면서 일부 마트에서 제품이 매진되기도 했다./연합뉴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 지진방재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지진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간 정례회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반도가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이상 지진과 관련한 각종 연구개발, 대응 시스템 등을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지진과 관련해 인력과 조직을 가진 곳은 국민안전처·기상청·지질자원연구원 등 3곳이다. 인력 면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연구센터 소속 연구원 36명을 확보해 가장 많다. 이어 기상청이 지진화산관리과를 중심으로 31명, 안전처가 지진방재과 소속인원 10명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현 정부에서 지진과 관련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77명뿐이다.


올해 예산은 기상청(기상과학원 포함) 14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지질연 80억원, 안전처 10억원으로 3개 기관을 모두 합쳐도 235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예산은 인건비 등도 포함된 것이어서 실제로 지진과 관련한 연구개발(R&D) 조사, 대응 시스템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크게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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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조직에서 지진과 관련한 인력과 예산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진 대응의 3각 축일 수밖에 없는 3개 기관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질연의 한 관계자는 “3개 기관이 정례적인 회의를 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안전처 관계자도 “지진이 발생하면 관련 부처들이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한시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질연과 기상청·안전처가 지진업무와 관련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안전처가 가진 지진재해 대책법에 3개 기관의 협력체계 구축과 관련한 법적 기구를 만들어 역할을 명확히 하고 결정 사항 이행을 강제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안전처가 지진재해 대책법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진과 관련해 더욱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부처들 간의 체계적인 협력기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처 관계자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세 기관이 보다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꾸려진 TF 내에서도 기구 설립이나 협력체계 구축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안전처를 제외한 지진·지질 관측 11개 관계기관이 모여 만든 ‘관측기관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년에 네 차례 모여 각자 기관이 가진 한계점을 말하고 서로 어떻게 협업을 이어갈지 논의하고 있다”며 “안전처는 해당 협의회에 없지만 별도로 지속적 교류는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일·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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