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조국이 자랑스러운가!

박창명 병무청장

박창명 병무청장박창명 병무청장


얼마 전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중국·일본·미국·인도·독일·브라질 등 7개국 대학생 1,357명을 상대로 삶에 대한 가치관과 결혼·진로·국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지만 주제별로 생각이 많이 달랐고 특히 일부 항목에서는 나라마다 대답이 크게 갈렸다.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국가 신뢰도에 관한 설문 결과였다. 국가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조사대상의 15.8%만이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대상 7개국 중 브라질(11.7%)에 이은 최하위권으로 일본(16.1%)보다도 낮았다. 미국과 독일 등 서구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했으며 가장 높은 국가 신뢰도를 기록한 중국(56%)과 비교해서는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는커녕 불신이 크다는 결과에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팍팍한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이 반영된 조사결과라는 분석이다. 학창시절 내내 입시의 중압감을 벗지 못하는데다 대학 졸업 후에도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지 못해 마음고생 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취업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어학 공부에 매달리고 이런저런 스펙을 쌓기 위해 애쓰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고도 성장기의 열매를 만끽하며 높은 성취를 이뤘던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만하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불만이 대안 없는 비난이나 체념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원망과 푸념의 바탕에 깔린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큰 데다 무엇보다 당사자의 행복감이 저하된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상에 대한 불만족은 미래의 발전과 변혁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보이고 의욕이 생긴다. 긍정적인 변화도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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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그것은 우리의 조국이 그렇게 신뢰받지 못할 만큼 자랑스럽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멀게는 일제 강점기의 치욕을 씻기 위한 자랑스러운 항일의 역사가 있었고 갑작스러운 북한의 도발에 굴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나라를 지켜낸 선열들이 있었다. 3대가 모두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친 병역명문가도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라 할 것이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선배들의 헌신과 조국애는 지금 이 시각 우리 영토 곳곳을 지키는 젊은 군인들의 가슴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막상 입대하고 보니 새삼 내가 지키는 조국에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는 병사의 고백은 그래서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조국이 자랑스러운가”라는 물음에 우리 병사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들의 진정과 충정에서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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