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착한 금융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츤데레’라는 표현이 있다.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신조어로, 처음에는 퉁명스럽고 새침하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워하는 성격을 뜻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나쁜 남자’인 셈이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요즘은 마냥 잘해주고 순정적인 ‘착한 남자’보다 자기중심적이고 고집 센 나쁜 남자가 더욱 관심을 끌고는 한다. ‘착하다’는 말이 마냥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가 온 셈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어떨까. 남들보다 앞서 가야만 이길 수 있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역시 ‘착하다’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소비자들 역시 기업은 ‘이윤 추구에만 열심인 존재’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 됨에 따라 시장 중심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과 함께 반(反)기업 정서가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기도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일례로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이와 동시에 제3 세계 빈곤 아동들에게도 신발 한 켤레가 기부되는 ‘슈 드롭(shoe drop) 캠페인’을 전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로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고 그 결과 탐스슈즈는 지금까지 1,000만켤레가 넘는 신발을 아프리카에 기부했다. 소비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초창기 개인 소규모 사업장에 불과했던 탐스슈즈는 이제 30여개국에 지부를 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성장과 이익뿐이었던 기업의 목표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 가능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Company(기업)’라는 단어 속에는 ‘Com(함께)’과 ‘Pan(빵)’이라는 포르투갈 어원이 들어 있다. 기업이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빵을 나눠 먹게 하는 데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하고 매출액을 늘리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으로 인정받는 세대는 끝났다. 이제 기업은 통찰력을 갖고 미래를 대비하며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더불어 존속할 수 있는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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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역시 청년실업 및 저출산 문제 등과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설립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저축은행 역시 최근 사잇돌2 대출을 출시하며 서민대출지원에 힘을 쏟는 한편 임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을 영업점으로 초대해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1사 1교 금융교육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필자 역시 시간이 되는대로 학생들 앞에 1일 금융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필자가 처음 금융에 발을 딛은 은행의 창립이념에는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常務興旺)의 본(本)’ 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화폐경제를 발전시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금융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뜻이 이러하듯이 이제 금융도 누가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서 이익을 더 많이 남기느냐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개척하고 도전을 하며 더불어 성장해나가는 것이 ‘착한 금융’이라 생각한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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