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유통업계 돌풍의 핵 신세계 vs 현대…뜨거운 '鄭의 전쟁'

혁신 진두지휘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타운·피코크키친 등 제조융합 전문점 선보이고

대형몰 시대 연 스타필드 고양 필두로 전국화 청사진

수익기반 다지는 정지선 회장

한섬·리바트 등 적극 인수 유통-제조 복합기업 추구

아웃렛 공격적 출점 이어 파크원 운영권까지 확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44)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최근 참신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총성 없는 대형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40대의 젊은 재벌 3세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기존 유통업계 대부들이 구축한 유통업의 틀을 하나씩 깨부수며 용호상박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신세계그룹 부회장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은 최근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업계의 최고 스타 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건재하지만 최근 파격적인 전략으로 신세계그룹의 체질을 바꾼 것은 정 부회장의 공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는 특히 2023년까지 10년간 총 31조원을 투자해 17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비전 2023’을 제시한 2014년부터 그 누구보다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첫 작품은 지난해 6월 경기 일산에 구축한 ‘이마트타운’. ‘일렉트로마트’, ‘피코크키친’ 등 다양한 제조 융합형 전문점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물론 매장 전반을 고객의 레저 및 여가와 공유하는 체험형 매장으로 꾸며 대형마트를 만인의 여가 공간으로 도약시켰다. 특히 지난 9일 공식 개장한 경기 하남의 ‘스타필드 하남’은 유통업을 단순 쇼핑의 영역에서 모든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는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 아래 유통 업태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를 통해 대형쇼핑몰로 대변되는 차세대 유통시장은 놀이공원, 야구장 등과 경쟁하는 쇼핑과 레저 체험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올 연말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를 짓고 내년 상반기 ‘스타필드 고양’을 필두로 2020년까지 안성, 인천 청라·송도, 부천에 더 진화된 역작을 선보일 방침이다.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도 스타필드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잇따른 제조업 인수와 아웃렛 출점으로 다시 승부수를 띄운 정지선 회장은 유통업계의 ‘소리 없는 강자’로 통한다.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일찌감치 지분 정리를 끝낸 뒤 아버지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7년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정 회장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20’을 지난 2010년 내건 이후 그룹 몸집 키우기와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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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이 전문점 출점 등으로 라이프스타일 추구 기업의 미래화를 선도한다면 정지선 부회장은 철저한 내실화를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제조업체를 적극 인수하며 유통과 제조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종합기업으로의 변신을 주요 전략으로 삼아왔다. 정 회장의 지시 아래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패션기업 한섬과 가구기업 리바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산업기계 전문기업 에버다임까지 품으며 유통기업에서 유통-제조 복합 기업으로 변모했다. 특히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며 그룹 계열사들을 유통업계 최고의 내실 기업으로 끌어올린데 이어 인수 기업에서도 속속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수익성을 이룩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최대 백화점인 판교점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대형복합시설 ‘파크원’ 내 상업시설 운영권까지 거머쥐며 서울 내 최대 백화점이라는 야심작까지 추진하게 됐다. 2020년께 지어질 이 초대형 백화점에서 정 회장의 비전 2020의 꿈이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웃렛 부문에서도 지난 2014년 뒤늦게 가세했지만 1년여 동안 김포프리미엄아웃렛, 동대문 시티 아웃렛 등 4곳의 아웃렛을 잇따라 선보이며 주춤하던 아웃렛 시장을 다시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 가든파이브, 2019년 경기 동탄, 남양주에 아웃렛을 각각 추가 출점하는 등 사업에 더욱 가속도를 붙인다.

새로운 철학을 기반으로 야심을 숨기지 않는 두 40대 CEO는 개인적인 성향에서도 사뭇 다른 면모를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이 인문학 기반의 통찰력에 전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직접 그려낸 미래 청사진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공격 경영과 혁신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면 정지선 회장은 때를 기다리며 업체의 수익성 상승에 전력하다가도 기회가 오면 저돌적으로 돌변, 미래 전략을 펴는 신중함을 지녔다. 이는 꼼꼼함으로 정평 났던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저돌적이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마다하지 않았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 그들의 할아버지와는 상반되는 성향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입찰에 끝까지 밀고 나간 신세계그룹과 막판 수익성 분석 등을 기반으로 발을 뺀 현대백화점의 모습에서 두 CEO의 성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개인적 성향에서도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반면 정지선 회장의 경우 공식 석상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몸을 낮추며 겸손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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