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률이 올 들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0%가량 아파트값이 올랐던 산본은 물론, 선두주자인 분당·평촌·일산·중동 등 모든 지역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대 간 내력별 철거’를 수반하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여부가 3년 뒤로 미뤄진 것과 광교·위례·삼송 등 2기 신도시들이 약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1기 신도시 아파트 3.3㎡ 당 평균 매매가격은 1,29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1월(3.3㎡당 1,279만원) 보다 1.33%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기 신도시 아파트의 평균 가격 상승률(3.71%)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1기 신도시 전 지역 가격상승률 급감=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1기 신도시 5개 지역 모두 예외 없이 지난해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낮아졌다.
가장 눈에 띄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인 지역은 산본이다. 지난해 1~8월 산본 아파트값은 전세난 등으로 인해 8.48%나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이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은 0.77%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동에서는 아파트값이 지난해 1~8월 4.24% 올랐다. 반면 올 1~8월에는 2.93%로 둔화됐다. 일산 역시 같은 기간 가격상승률(2.91%)이 지난해 1~8월(3.26%)보다 떨어졌고, △평촌(6.49%→1.09%) △산본(8.48%→0.77%) △분당(1.72%→0.51%) 등도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기간에 상황 반전 쉽지 않을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예정된 호재가 마땅치 않은데다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던 리모델링 사업마저 추진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1기 신도시의 노후화 된 단지의 경우 중층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력벽 철거를 수반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여부가 3년 뒤로 연기된 것이다.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단지들의 사업은 길을 잃은 상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 지역은 사실상 이슈라고 할 것이 리모델링 뿐”이라며 “내력벽 철거가 불허된 상태에서 아파트 노후가 계속된다면 부동산 경기는 더 가라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