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빈 회장 영장청구] 구속 땐 호텔롯데 상장 5년 걸려…투자 석달새 2조5,000억 급감

■ 그룹 경영 올스톱 위기

"혹시나 불구속 기대했는데…" 롯데 침통·당혹

호텔롯데 상장 지연에 경영 혁신 작업 급제동

일부 계열사 증설 취소…내년 계획마저 불투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90세 생일 축하 리셉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90세 생일 축하 리셉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롯데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롯데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왔다. 검찰이 롯데 비리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신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데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국내에서만 12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지목됐다. 롯데는 26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침착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은 이미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되면 지배구조 개혁 작업에서부터 투자·고용·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활동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구속 이후 예상되는 롯데 경영차질신동빈 구속 이후 예상되는 롯데 경영차질


◇호텔롯데 IPO 5년 뒤로…롯데 경영 과거로 퇴행 우려=롯데는 경영 혁신의 중단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신 회장이 내세웠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과감한 투자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경직적인 사내 문화 개선 등의 3대 수술 작업에 모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특히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롯데그룹의 간판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체질을 바꾼다고 할 정도로 대대적인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현재 99%에서 56% 정도로 떨어트리고 여기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롯데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 장차 지주사 형태로 지배구조를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게 신 회장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구속되면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첫 번째 고리부터 헝클어지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배임·횡령 같은 회계상 부정이 드러난 비상장사에 대해 3년 동안 상장을 추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 회장 구속 이후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는 데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여기에 3년 금지 규정 및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까지 모두 더하면 호텔롯데 상장은 앞으로 5년 뒤에나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연말 인사에도 차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임직원들마저 복지부동 모드로 들어가 전(全) 계열사가 아노미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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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5A02 롯데 상장 계열사2715A02 롯데 상장 계열사


◇석 달 만에 투자 2조5,000억원 감소=그룹의 미래가 달린 투자에서는 이미 정체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롯데그룹 상장 계열 9개사(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제과·롯데하이마트·롯데푸드·롯데손해보험·롯데정밀화학·현대정보기술)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4분기 말 기준 8조537억원이던 향후 투자금액(계속투자 포함)이 2·4분기 말 현재 5조5,108억원으로 2조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는 기존에 집행이 예정돼 있던 투자는 진행하고 있지만 새로운 투자 계획은 확정하지 못해 전체 투자의 ‘볼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롯데정밀화학은 올 초 430억원을 투자해 페인트·샴푸 첨가제로 쓰이는 헤셀로스(HEC)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으나 신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뒤 당초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롯데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10월이면 임원 실적 평가와 더불어 내년도 투자 및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 그룹 정책본부로부터 구체적인 지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정된 투자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면 여기서 유발되는 고용도 덩달아 감소해 롯데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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