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가 백신을 독점 출시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이어 올 들어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시장도 4가백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국내 4가 백신 공급량은 1,000만도즈(1회 접종분량) 정도로 지난해보다 7배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백신 소비량이 1,700만~1,800만 도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4가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셈이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GSK가 200만 도즈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녹십자(450만도즈), SK케미칼(250만도즈) 등도 4가백신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양약품도 지난 12일 식약처로부터 4가백신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내로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 백신 공급량 2,300만 도즈 가운데 4가 백신 비중이 150만 도즈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만에 덩치가 7배로 커진 셈이다. 반면 3가 백신 공급량은 지난해 2,150만 도즈에서 1,300만 도즈로 급감하게 된다.
4가 백신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각 업체도 시장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K는 4가 백신을 국내 처음으로 출시하고 34개국에 시판돼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달 초부터는 배우 차인표 씨를 모델로 한 TV 광고도 방영 중이다. GSK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이른바 ‘차인표 백신’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 다른 기관에서도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산 백신과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녹십자는 3가백신을 포함한 국내 전체 백신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4가백신 시장에서 우위도 자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기존 유정란 방식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이라 생산속도가 빠르고 계란 알레르기 등이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양약품은 아직 구체적인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다음달쯤 4가백신을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이들 업체의 성적표는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독감 백신의 경우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연초에 ‘시드 바이러스’ 받아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1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어 잔량은 모두 폐기처분 한다. 올해도 국내 전체 백신 공급량 2,300만 도즈 가운데 500만 도즈 가량은 각 제조사로 반품돼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국 의사들이 어떤 백신을 선택하느냐가 4가 백신 시장에서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과잉공급’ 우려를 제기하지만 독감이 갑자기 유행할 수 있어 생산 여유분이 지나친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