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김영란법 시행] '매출 절반 협찬' 클래식 공연 비상…뮤지컬 지방투어 힘들어 시장 위축

■ 직격탄 맞은 문화예술계

"문화융성 아닌 고사 위기" 후원통로 막혀 생존 몸부림

티켓에 '청탁 유의' 표기 등 다양한 사전 방지책 고민도

문화예술업계 김영란법 시행 대응 사례문화예술업계 김영란법 시행 대응 사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기업후원 통로가 막힐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클래식과 대형 뮤지컬 등 공연예술계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타격이 큰 분야다. 특히 고가의 클래식과 대형 뮤지컬은 기업의 공연 협찬이나 단체 관람권 구매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카드·은행사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은 그동안 클래식·뮤지컬 공연 초대권을 고객 마케팅 및 거래처 접대에 활용해왔다. 특정 예술단체와 명칭 스폰서(공연명 앞에 기업이름을 함께 기재)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협찬해 초대권을 받거나 관람권을 단체 구매해 고객·거래처에 나눠준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협찬 초대권이 (경우에 따라) 뇌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당분간은 몸을 사리며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공연 매출의 50~60%가 기업 협찬인 클래식업계는 당장 내년 공연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외 유명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통상 1년 전 계획을 확정한 뒤 연말 기업과 협찬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A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공연은 이미 기업 협찬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라 당장 타격은 크지 않다”며 “문제는 내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형 공연에 대한 협찬 제의 작업이 연말에 집중되는데 법 시행 후 기업들이 이전처럼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B클래식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한 장에 20만~30만원 하는 공연 티켓을 유료로 100% 판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서 20~30%가량의 객석을 초대권 관객으로 채우지 않고서는 공연을 제대로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눈치를 보기는 뮤지컬시장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수준은 아니지만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스타 캐스팅 작품을 중심으로 기업 후원 및 초대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람 수요가 수도권 대비 낮은 지방 투어의 경우 기업 협찬 없이는 사실상 공연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조항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과 ‘시장 위축’을 방지하려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공연단체는 초청공연 티켓에 초청권 악용을 경고하는 문구를 삽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본 공연은 OO기업과 OO예술단체가 김영란법을 준수하며 진행하는 공연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에 유의하라’는 내용을 티켓에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부정 방지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경고·유의 안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뮤지컬협회도 ‘5만원 미만 공연 초대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최근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무리한 김영란법 해석으로 문화예술이 질식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클래식과 대형 뮤지컬은 기업 후원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법 적용이 과도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렵다”면서 “문화융성을 외치는 정부에서 잘못된 법 적용으로 문화가 몰살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메세나협회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의 문화 지출 활성화에 대한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연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세미나도 진행할 계획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조상인·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