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호텔도 '2만9,900원 영란세트' 내놨다

코스요리 가짓수 줄이고

3만원 이하 실속요리 선봬

테이크아웃 도시락 출시도

세종호텔이 2만7,000원에 판매하는 안심스테이크 도시락. /사진제공=세종호텔세종호텔이 2만7,000원에 판매하는 안심스테이크 도시락. /사진제공=세종호텔


한정식집, 일식집을 비롯한 일반 식당에 이어 고급 식당의 대명사인 호텔가에도 2만9,900원짜리 ‘영란 세트’가 등장했다. ‘김영란법’시대를 맞아 호텔들이 고급 이미지와 자존심을 내려놓고 궁여지책으로 3만원 미만의 ‘김영란법 맞춤형 메뉴’를 내놓은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호텔 레스토랑들이 3만원 이하의 ‘영란 세트’ 출시에 동참하고 있다. 코스 메뉴가 많은 호텔 특성상 영란 세트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곳도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인터내셔널 다이닝 레스토랑 ‘카페 드셰프’는 김영란 법 시행에 맞춰 2만9,000원 세트메뉴를 출시했다. /사진제공=그랜드 앰배서더 서울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인터내셔널 다이닝 레스토랑 ‘카페 드셰프’는 김영란 법 시행에 맞춰 2만9,000원 세트메뉴를 출시했다. /사진제공=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호텔은 오늘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일식당에서 2만9,000원짜리 코스메뉴를 선보인다. 연회 메뉴도 2만9,000원에 맞춰서 예약할 수 있다. 단 코스 수는 5개에서 3개로 줄었다.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페 드 셰프’ 역시 2만9,000원짜리 세트를 판매한다.


리츠칼튼의 주요 레스토랑들 역시 김영란법 첫 시행일인 28일 2만9,900원 세트 메뉴를 일제히 출시했다. ‘더 가든’은 ‘아스파라거스 비프롤’을, 중식당 ‘취홍’은 샐러드와 자장면·탕수육·후식으로 구성된 자장면 세트를, 일식당 ‘하나조노’는 우동과 스마끼, 새우 야채 튀김 등으로 이뤄진 세트를 새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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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와 자장면, 탕수육, 후식으로 구성된 2만9,900원의 자장면 세트를 출시한 리츠칼튼 호텔의 중식당 취홍. /사진제공=리츠칼튼샐러드와 자장면, 탕수육, 후식으로 구성된 2만9,900원의 자장면 세트를 출시한 리츠칼튼 호텔의 중식당 취홍. /사진제공=리츠칼튼


세종호텔은 저렴한 테이크아웃 도시락 6종을 내놨다. 3만2,000원인 찹스테이크 앤 새우구이 도시락을 제외하면 안심스테이크 도시락(2만7,000원), 소불고기 도시락(2만2,000원), 연어스테이크 도시락(1만8,000원), 치킨스테이크 도시락(1만3,000원), 석쇠불고기 도시락(1만원) 모두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은 세금 포함 1인당 3만원 이하의 연회 메뉴 9종을 마련했다. 조식의 경우 스크램블·쇠고기 버섯죽·황태북어국 등 3가지 메인 메뉴 중심의 3만원 코스다. 오찬 메뉴는 중식 코스 3가지를 추가했다. 커피 브레이크 메뉴와 도시락, 샌드위치 메뉴도 3가지로 구성했다.

반면 조선호텔과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은 당분간 영란세트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다만 롯데호텔 L7이나 신라스테이와 같이 점심 뷔페가 2만원 이하인 비즈니스호텔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가족 손님이나 회사 회식 고객을 중심으로 비즈니스호텔 뷔페가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김영란법을 계기로 비즈니스 미팅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수 호텔들은 재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도저히 3만원 가격에 음식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만일 우리 호텔에서 3만원 이하의 세트를 내놓으려면 호텔 이름을 떼고 팔아야 한다”며 “도시락류도 위생상의 문제나 포장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간단하게 확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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