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 퇴계와 율곡, 달랐지만 서로 아꼈다.

이광호 교수의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지난 28일 정독도서관 시청각실서 열려





“양자물리의 기초를 만든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음양사상인 태극도를 가문의 문양으로 선택했습니다. 상보성과 파동 입자의 이중성이 태극으로 설명됐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물은 양면적인 성질이 있다는 진리는 이미 오래 전 동양에선 상식이었지요.”


지난 28일 저녁 정독도서관 시청실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특강에서 이광호(사진) 연세대 명예교수(철학과)가 서양의 과학적 합리적 사고와 사상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빛이란 걸 한번 봅시다. 과학에서 빛은 파장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빛을 설명하려면 상황에 따라 파장으로 혹은 입자로 설명을 해야만 하지요. 대립적인 것이 상보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닐스 보어는 이를 상보성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로 설명을 했어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빛을 온전히 설명해낼 수가 없겠지요. 그러니 태극의 의미가 그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겠습니까. 가문의 상징으로 태극을 쓸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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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상보성의 원리가 동양철학의 근본이었지만 한국에선 고리타분한 전통이라고 치부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오래 전 버렸던 우리의 전통 사상에서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질은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없어 법칙이 필요한데 물질에 종속된 법칙이 바로 서양의 유물론입니다. 물질에서 정신을 구별해 내지 못하면 이를 ‘정신’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유교에서는 이 정신을 도덕이라고 하는데 마땅함을 따라 우리 안의 이성이 삶을 이끌어갈 때 비로소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서양의 철학적 사고로 태동한 과학과 수학의 업적은 2000년을 이어온 서양 사회의 고뇌가 축적되고 피와 살이 되어 나온 성과물이라는 분석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온 그들의 사상적인 기틀은 오랜 토론과 사회적인 합의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체화한 후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체계를 뒤로하고 고작 100년을 배운 서양의 학문적 지식으로는 세상을 이끌어 나갈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지요.”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강좌는 조선시대의 통치이념이자 사상적 기틀이었던 유학(儒學)을 공부하고 현실화하는 데 생애를 바친 두 성현의 철학적, 사상적 차이 그리고 미래 사회에 던지는 물음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평생 진리를 찾기 위해 수양하고 후학을 길렀던 대기만성형 퇴계와 세상에 대한 근심이 깊어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던 천재형 율곡이 서로 달랐지만 존중하면서 후학을 길러낸 과정을 설명했다. “퇴계와 율곡은 35살의 나이차이가 있고 각자 지향하는 세계관이 달랐지만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면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학문적인 가치관이 다르다고 서로 폄훼하고 무시해서는 창조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그는 남북간의 대립, 사회적 양극화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의 정신적인 가치관부터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일 때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수강생들은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면서 퇴계와 율곡의 사상의 깊이를 이해해 나갔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간략한 저자 사인회로 마무리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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