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롯데 내달 혁신안 발표]투자 재개·호텔 조기상장·내부거래 척결...'뉴 롯데'로 거듭난다

호텔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선 '日기업 꼬리표떼기'

협력사 불공정 철폐·신성장동력 사업 재점검 나서

辛회장 "뼈깎는 노력 있어야" 그룹 재건의지 내비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떠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떠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기업을 통째로 개조하는 수준의 ‘기업 혁신 및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배경에는 롯데 쇄신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롯데라는 간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측면에서 뼈를 깎는 수준의 노력이 있어야 롯데그룹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그룹 2인자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을 계기로 다시는 롯데에 이 같은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결연한 각오도 담겼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29일 “그동안 롯데에 대해 ‘제왕적 경영문화’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 같은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룹을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정책본부 혁신 △기업문화 개선 △지배구조 개선 △기업 활력 제고라는 4가지를 축으로 한 혁신안을 다음달 중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 내놓을 예정인데 사실상의 ‘뉴 롯데 만들기’에 여론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따라 검찰의 수사 줄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벤치마킹(?)…말 많은 정책본부, 지원조직으로 격하=롯데가 내놓는 종합대책의 핵심은 지난 2004년 설치된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책본부의 기능 조정이다.

신 회장은 부회장이었던 2004년 10월 정책본부를 신설해 직접 본부장을 맡으면서 롯데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인수합병(M&A) 같은 주요 결정사항은 물론 투자, 업무계획, 그룹 계열사의 인사 등이 모두 정책본부의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

현재 롯데 정책본부는 7개 실(운영실·지원실·커뮤니케이션실·비전전략실·인사실·개선실·비서실) 체제로 각 계열사 파견 임직원을 포함해 25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가 만들어진 후 롯데는 신 회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경영에 나섰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힘이 한 곳에 집중돼 비자금 조성과 같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정책본부와 같은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 위에 있는 일종의 ‘옥상옥’ 조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주주들의 견제를 받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정책본부를 지원조직으로 재편해 한 곳에 집중됐던 힘을 뺀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삼성 역시 지난해 각 계열사에서 미래전략실에 파견 나온 직원의 상당수를 ‘원대 복귀’시키며 조직 슬림화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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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에 대한 비자금 수사 이후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미래전략실로 명칭과 기능을 변경한 것처럼 롯데 역시 정책본부에 대한 기능 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호텔롯데 상장 다시 서두른다=롯데는 정책본부 기능 조정과 더불어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재추진할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격 기업이지만 지분 90% 이상을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들이 갖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현재 99%에서 56% 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고 여기에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롯데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져 지주사 형태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일단 구속수감 위기를 벗어났지만 장기전으로 예상되는 재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한국거래소는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인 신 회장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상장 신청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통해 배임이나 횡령으로 인한 회계 오류가 있는 기업의 경우 3년 동안 상장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롯데는 이번 종합대책에 기업문화 개선과 기업 활력 제고 방안도 함께 담을 계획이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를 포함해 내부거래를 완전히 일소하는 동시에 넉 달 가까이 올스톱된 투자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할 방침이다. 롯데는 매년 7조원 안팎을 투자해왔으나 올해는 검찰 수사 이후 집행률이 크게 떨어졌다. 아울러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별 미래사업도 다시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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