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국 빠진 TPP] 미국-EU 'TTIP 협상'도 급물살 타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도 급물살을 탈 기세다. TTIP 참가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33조달러로 27조달러인 TTP 경제권보다 훨씬 더 크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은 "TPP가 타결되면서 유럽이 미국에 TIIP 협상을 서두르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TPP에 전념하기 위해 TIIP는 후순위로 미뤄 놓았다. 전날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위원은 "TPP 타결은 미국과 EU가 TTIP 협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워싱턴DC 회동에서도 세실리아 위원과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측은 이달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공식 협상에서 상호 '민감 품목'을 새로 교환하고 무역제품 97%의 관세를 폐지 또는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내년 1월에는 쟁점사항인 정부조달시장 개방도 협상하기로 했다.

EU 측이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메가 FTA' 체결을 통한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의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유럽지역 기업들이 안달이 났다. 호석 리 마키야마 전 스웨덴 무역 협상가는 "TPP 체결로 미국과 일본이 얻은 혜택만큼 유럽은 비용손실이 발생한다"며 "TTIP를 체결해야 유럽이 지금의 산업생산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 일정도 협상 촉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전에 협상 타결을 원한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안을 다시 검토하느라 시간을 소비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도 내년에는 프랑스·독일의 선거, EU 탈퇴 여부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 등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목표대로 내년까지 협상이 타결될지 회의론이 더 크다. 유전자 변형 제품, 투자자정부제소(ISDS)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이견이 큰데다 유럽 쪽의 환경·안전·사생활 보호 규제가 미국보다 훨씬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유럽 좌파 정당들과 시민단체, 노조들도 TTIP가 공공 서비스와 노동자 권리 약화, 민영화 가속화, 소비자 자유 위협 등을 부를 것이라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미리엄 사피로 전 USTR 부대표는 "내년까지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지만 양측이 정말 힘들게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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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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