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통합 전 임원 슬림화 불가피
글로벌網 지렛대로 중복 해소 전망
김 회장 올 주총서 3년 연임 보장
후계구도 논의는 아직 수면 아래
KEB하나은행 임원들은 내년 1월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은행장을 제외한 전무급 이상 모든 임원들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측은 임원 승진 시 첫 2년을 보장해주고 이후 1년씩 추가로 임기를 연장하는 '2+1' 형태로 계약을 하지만 지난 9월 통합은행 출범과 관련해 임원들의 계약 시기를 일괄적으로 연말로 조정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불어닥칠 '인사 태풍'을 앞두고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내년 6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앞두고 본부 및 임원진 슬림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 실적에 대한 냉정한 검증과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행장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KEB하나은행 본부 임원은 부행장 3명에 전무 9명, 본부장(상무급) 18명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여전히 많다. 조직 효율화를 위해서는 본부 임원을 줄여야 하지만 자칫 임원급을 시작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다는 신호를 직원들에게 줄 수 있어 연말 인사 발표 전까지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본부 임원진의 슬림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본부 임원들의 해외 발령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인력 중복 문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던 유제봉 전무는 하나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중민리스사 부사장으로 파견돼 9월부터 일하고 있으며 이현수 외환담당 본부장 또한 캐나다 발령이 예정돼 있다. 룩셈부르크 유럽통합 법인 설립 검토 등 해외 사업의 틀을 새로 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본부 임원의 추가적인 해외 발령은 김 회장이 쓸 수 있는 주요 인사 카드 중 하나다.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대표들 인사는 '비은행 강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중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대표를 비롯해 정해붕 하나카드 대표, 추진호 하나캐피탈 대표, 김인환 하나생명 대표 등이 모두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새 판을 짤 환경은 조성됐다. 신한금융이 탄탄한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 등을 추진하는 것에 비춰보면 하나금융은 아직까지 '비은행 강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차기 후계구도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김 회장이 올 초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을 보장 받았고 오는 2018년 이후에도 연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김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이 8월 지주 부회장에 임명되며 후계구도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을 감안하면 차기 회장 후보군은 함 행장 정도다.
이처럼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하나금융의 장점으로 평가되지만 눈에 띄는 다양한 후보군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회장 1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도가 하나금융의 성장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