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미약품 '신약 계약 해지' 사전인지 의혹] 계약해지 시점 예측 가능했지만...거래소 "한미가 공시결정 늦춰"

거래소 "한미 직원 회사와 재통화

결국 장 시작전에 공시 못해"

한미측 "중요한 내용이여서

자료 확인·승인 거치며 늦어져"

당국, 공시 위반 여부 조사 착수

"험난한 신약개발 과정 재확인

건전한 생태계 만들어야" 지적도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술수출 계약 해지 늑장 공시 의혹 및 신약 ‘올무티닙’ 임상연구 부작용에 등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기술수출 계약 해지 늑장 공시 의혹 및 신약 ‘올무티닙’ 임상연구 부작용에 등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은 2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이관순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달 30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파기건 공시와 관련해 “늑장공시 의도는 없었으며 절차상의 지연”이라고 밝혔다.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은 이날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오후 당직자 등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 규모와 실체 수취 금액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임성기 회장이 사전에 계약 해지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임 회장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파기 통보에 따른 후폭풍을 의식한 듯 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마일스톤(단계적 기술수출료)에 대한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경영진도 기술수출 계약 자체보다는 마일스톤에 주력하자는 의견을 공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측이 주장한 공식 계약통보 시점(29일 오후7시6분)보다 훨씬 앞서 이를 파악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계약 파기 시점을 미리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늦장공시’로 증시 전반에 혼란을 몰고 온 셈이다.

이날 김 CFO는 “지난해 공시에 이은 정정공시라 중요한 건이기도 해 담당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절차를 밟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전자공시를 통해 입력할 수 있지만 회사 공시 담당자가 입력한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공시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책임 떠넘기기”라며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관리 종목이나 불성실공시 종목만 미리 공시를 받아 확인하는데 한미약품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며 “당일 공시부 직원은 오전6시부터 나와 있었으며 중요 사항이라고 생각해 장 시작 전에 즉시 공시하자고 했지만 한미 직원이 회사 측에 다시 통화 등을 하며 공시 결정을 늦게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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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미는 9월30일 오전8시30분께 공시 담당자가 거래소를 찾았고 오전8시40분께 거래소에 계약 해지 내용을 알렸다. 계약 파기 공시는 오전9시29분에야 이뤄졌다. 전날인 29일 제넨텍과의 1조원 규모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졌던 터라 주가는 개장 직후 5%가량 올랐다. 베링거 건이 공시되자 18%나 급락해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날 한미약품의 공시 관련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공시의 적정성 여부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히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올무티닙(국내 판매명 올리타정)’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개발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품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7월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임상 시험 중 사망자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무티닙’은 지난달 30일 식약처 서한을 통해 부작용 사례가 공개됐다. 올무티닙 투여 후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이 보고돼 1명이 사망했으며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도 1건이 보고됐다. 부작용에 따른 사망 사례가 처음 보고된 시기는 4월로 식약처의 조건부 승인(5월) 전이다. 나머지 부작용 관련 사안은 각각 6월과 9월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식약처가 ‘올리타정’의 부작용 발생을 사전에 알고도 마치 공시를 기다린 듯 지난 30일에야 안전성 주의보를 내린 것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신약 개발의 길이 험난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바이오 거품을 걷어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건전한 생태계 조성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신약의 경우 최종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고 기술수출을 하더라도 단계별로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일라이릴리에 등에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것도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한미약품 역시 현재는 잘 진행되더라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이오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한미약품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의 실패사례는 부지기수로 많고 실제 임상 3상의 실패 확률은 90%에 달한다”며 “과도한 기대를 하다 보니 빚어진 일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필·양철민·박준호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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