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영업자 사지로 내모는 김영란법 충격 최소화해야

자영업자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식사시간에 관가 주변 식당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고 주류를 취급하는 유흥업소들은 이러다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화훼농가와 꽃가게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했던 사태이기는 하나 매출감소와 소비둔화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부정부패를 끊고 청렴사회로 가기 위한 김영란법이 애꿎게 자영업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연휴 풍경이 확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가을 성수기임에도 전국 골프장에서는 예약 미달 및 취소가 속출했고 이로 인해 골프장 주변 음식점을 찾는 손님도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대형병원 장례식장마다 벽면을 거의 다 메울 정도로 꽉 들어찼던 화환도 두세 개로 줄어들었다. 아예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접대문화를 이끌었던 기업들이 몸을 바짝 웅크린 채 지갑을 닫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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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화훼농가나 꽃가게·고급음식점들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전업이나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 것도 그래서다. 김영란법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자영업자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굳이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자영업의 현실은 이미 한계상황이다. 10곳 중 7곳은 5년 내 문을 닫을 정도로 생존율이 낮다. 음식·숙박업의 생존율은 더 나빠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55.6%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 대출은 크게 늘어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53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1,000억원(10.5%)이나 급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판국에 김영란법의 한파까지 덮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들이 대부분인 자영업자들이 김영란법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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