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STX, 결국 후판 中·日서 수입…업종 생존싸움 국부유출로 이어져

[조선-철강 '후판값 인상' 강대강 중국·일본만 어부지리]

"후판 외상값 지급해야 공급"

국내 철강사 납품 중단 결정

"남은 선박 건조 올스톱 막자"

STX, 수입산 후판 의존 불가피



후판 대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와 STX조선해양의 갈등이 급기야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말았다.

국내 철강사들이 “기존 공급한 후판에 대한 외상값을 지급해야 후판을 공급할 수 있다”며 납품을 중단하자 STX조선이 이달 중순 중국과 일본 철강사들로부터 후판을 들여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후판 값 인상을 둘러싼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협상은 ‘강대강’으로 이어지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STX를 비롯한 조선업계는 안 그래도 ‘수주 가뭄’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까지 대폭 올린다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중국·일본 등 해외 철강사들로부터 후판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후판은 선박용으로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강재로 선박 건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다.

STX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들과 후판 공급 계약을 맺었고 1차 공급분이 이달 중순 진해조선소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법원 허가 아래 현금으로 후판 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가 중국과 일본 철강사로부터 후판을 공급받는 것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철강사들에 대한 외상값 지급이 막히고 이에 따라 후판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STX가 국내외 철강사들로부터 공급 받아 쌓아놓은 후판 물량은 원래 지난달 말 완전히 소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후판이 없어 선박 건조가 ‘올스톱’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STX조선해양은 공기(工期)를 최대한 늘리며 후판이 추가 공급되기만을 기다려왔다.


STX의 다른 관계자는 “후판을 평소의 절반가량씩만 사용하는 등 조업률을 조정하며 중국과 일본산 후판이 공급되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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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이 9월 말 현재 확보한 수주 잔량은 34척이다. 철강사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STX조선은 남은 선박 건조를 전량 수입산 후판에 의존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어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후판을 추가 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후판 값 인상을 둘러싼 철강업계와 조선 3사의 신경전도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른 만큼 후판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9월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57.45달러로 지난해 말 40.6달러 대비 41% 올랐다.

가뜩이나 산업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철강 업계 스스로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 업체들의 입장을 끝까지 들어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가뜩이나 수주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인상한다면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후판을 비롯한 강재는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를 위해 사들이는 원재료 가운데 매출 비중이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다.

업계 간 의견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조선 업계는 후판 가격이 대폭 인상되는 최악의 경우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철강사로부터 후판을 추가로 공급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조선사는 공급처 다변화 차원에서 수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산 철강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시일 내에 해외 비중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점진적으로 해외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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